시작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완벽주의 성향이 도드라진 사람에겐 특히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매주 돌아오는 월요일은 약간은 버거운 상대다. 엉거주춤한 상태로 자의가 아닌 파도에 떠밀려 어딘가로 휩쓸려 가는 기분이다. 규칙적인 일상을 사는 일은 어느샌가 나와 멀어졌다. 자유롭게 살았던 대학생 시절부터 취업 준비 중인 지금까지 정형화된 월화수목금의 쳇바퀴를 타지 않은 지 7년째다. 때때로 교육을 받거나 회사를 다녔던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긴 시간 내 일상의 규칙을 만든 건 오로지 나였다.
일상의 자율성은 자유를 보장하지만 무서움을 동반한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글로 먹고 사는 프로 글쟁이가 되길 원했지만,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하는 실천의 무게가 매일 버거웠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했던 작년, 나없이도 고요히 평화롭게 흘러가던 세상을 자주 마주했다. 내가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고요하고 묵묵한 움직임은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처연히 보여주는 듯했다. 허탈하고 갑갑했다. 그리곤 절실히 깨달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에는 잡지교육원을 다니며 기자 훈련 과정을 밟고 있다. 평일이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여의도로 향한다. 1시간이 넘는 통학 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새로운 세상을 느낀 기분이다. 집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날엔 느낄 수 없던 사람의 온기와 새롭게 배운 깨달음이 마음속에 흐른다. 그 자극에 어느새 익숙해진 걸까. 오히려 주말이면 마음이 이상하다.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나 혼자 무엇이든 성과를 내야 한다 강박이 나를 덮친다. 겁에 질린 나는 다시 움츠러든다. 요즘에는 오롯이 주어지는 자유로움이 무섭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과 필사적으로 그걸 외면하며 무기력하게 시간을 때우는 그 간극을 견디기가 힘들다.
월요일 아침이면 이 무기력과 의무감이 싸워댄 후유증에 시달린다. 알람을 듣고 눈을 뜨면 고민이 시작된다. 안락함에 잠기고픈 알량한 마음과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갈등한다.물론 수업을 듣고 돌아오는 길엔 그런 생각일랑 저만치 사라진 지 오래지만, 매주 월요일마다 이 기분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사실 이 기분은 ‘월요일’이라는 특정한 요일이 주는 게 아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드는 무기력과 망설임, 설렘이 뒤섞인 요망한 마음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날은 주말이 되기도, 월요일이 되기도 할 뿐이다.
월요일이 좋으면서 싫다. 그럼에도 매번 익숙한 풍경을 벗어나 한 발자국 내딛는 이유는 그 발걸음이 나를 채울 새로운 자극으로 이어짐을 알기 때문이다. 그걸 알기에 무기력한 마음이 나를 주저앉힐 때마다 매주 월요일 나설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한 걸음 내딛는다. 근육에 들러붙은 나른한 게으름은 다가올 새로운 자극을 상상하며 털어버린다. 월요일 아침마다 고민하면서도 결국 문밖으로 나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