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등원 시간은 오전 10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오전 9시 55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아들은 계속 쿨쿨 잠만 잔다. 물론 밤부터 계속 꿈나라에 있던 건 아니다. 오전 6시쯤 일어났다가 2시간 넘게 놀고 엄마 출근길 바이바이 인사해주고 나서야 잠들었다. 보통 오전 8시 언저리에 자더라도 아침엔 1시간 만에 깨곤 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계속 꿈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께 전화하고 아이가 일어나기만 기다렸다.
아들은 일어나면 이유식을 먹고 소화 좀 시킨 뒤 어린이집 등원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패턴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어린이집에선 개의치 않지만 내가 괜히 불안했다. 언제쯤 일어나지 계속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던 찰나에 아들이 깬 시각은 오전 10시 44분.
이유식을 먹이고 가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가서 먹이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어린이집엔 새 친구가 와있었다. 남자 둘만 있던 삭막한 공간에 여자아이가 신입으로 들어오니 뭔가 더 환해진 분위기랄까. 아들은 그 여자 사람 친구보다 아이 엄마한테 더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 다행히 그분도 아들을 이쁘게 봐주셔서 같이 잘 놀아주셨다.
문제는 다른 친구들이 다 가고 난 뒤였다. 이유식을 진작 먹였어야 했는데 배고픈 나머지 아들은 손만 빨고 있었다. 하필 관할 구청에서 어린이집 식당 관련 조사를 나와서 출입이 제한돼 이유식을 빨리 데울 수도 없었다. 너무 안 되겠어서 사정을 말하고 이유식을 살짝 덥힌 뒤 선생님과 같이 먹였다. 어린이집에서 먹는 이유식은 처음이라 모두가 참 힘들게 먹였다 ㅎㅎ
보통 때라면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놀고 와서 바로 낮잠을 잘 텐데 체력이 남은 아들은 계속 내 옆을 서성였다. 보행기 태워놓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오랜만에 손님이 근처로 와서 할 수 없이 아들을 유모차에 태운 채로 재웠다.
이유식을 늦게 먹였지만 이후부터는 4시간 식사 패턴이 잘 유지되는가 싶었는데 저녁이 되자 아직 때가 안됐는데도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분유 먹은 지 2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떡뻥도 먹이고 과즙망에 딸기도 넣어 먹여봤지만 달래는 건 잠깐이었다. 결국 이유식과 분유를 섞어 먹이면서 달랬다.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충분히 재우는 게 맞지만 어린이집 등원 시간과 엉키면 하루 일과가 다 꼬여버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