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일 만에 들어본 아빠
"아빠 맘마마마마"
어린이집에서 오자마자 뻗은 아들이 1시간 40분 낮잠을 자고 일어난 뒤 난데없이 저렇게 외친다. 순간 놀랐다. 그토록 듣고자 했던 "아빠"를 이렇게 간단히 해버리다니.
물론 우연일 것이다. 나도 안다. 진짜 아빠라는 말을 인지하고 튀어나온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엄마'와 '맘마'만 소리 내던 아들의 입에서 '아빠'가 나오니 무척 반가웠다. 아들의 어린이집 친구들은 엄마보다 '아빠'를 더 먼저 하거나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아들을 데리러 가면 아들 친구들은 나를 보고 '아빠'라고 한다. ㅎㅎㅎ
옹알이를 시작하면서 틈만 나면 "아빠 해봐"라고 주입했다. 비슷한 소리는 몇 번 냈다. "아따따따따다"라든지 "아프우아"라는 단어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정확히 "아빠"였다. 생후 262일째에 들었다.
낮잠 후에 배가 고팠는지 그렇게 아빠를 찾았다. 두어 번 했을까. 기록에 남기고자 카메라를 들고 녹화 버튼을 눌렀더니 또 안 한다. 찍는 걸 아나보다.
선배 아빠들은 아이가 '아빠'라고 하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고 한다. 잠깐이었지만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아이가 정말 나를 아빠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출근한 아내와 어머니께 "아들이 아빠라고 했음"이라고 신나게 톡을 보냈다. 아내는 "아빠마마한지 꽤 됐어."라고 시큰둥하다. 아 그랬군... 더 일찍 아빠라고 해줬는데 이 아비가 너무 늦게 인지했구나.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