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펼쳐보는 아르테미스 계획 관련 이야기
올해도 어김없이 한가위를 맞이합니다. 한가위 때마다 휘영청 밝은 달과 만나게 되지요. 덕분에 아직 꼬꼬마 아들내미와 작은 망원경으로 달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가 막힌 한국의 가을밤 날씨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딱 좋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 태양보다는 달과 관련된 인연이 많습니다. 특히 정월대보름과 추석 때에는 달맞이, 즉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고 하죠. 월력을 쓰던 조상님들은 정월에 달맞이를 하며 농사가 잘 되길 빌고, 추석 때는 농사가 잘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다음 해의 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정월과 추석이 되면 매번은 아니지만 종종 커다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만, 이제는 농경사회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인만큼 투자의 관점에서 소원을 빌게 되네요. 그리고 요즈음엔 한 가지 더, 달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 계획'입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025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내고자 하는 글로벌 우주계획으로, 우리나라도 2021년 5월에 10번째로 참여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아르테미스 1호가 발사되었고, 24년에 2호가 우주인을 태우고 달 궤도를 돌아오는 것으로, 25년에는 3호가 달 착륙을 목표로 발사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4호, 5호도 계획되어 있죠.
이 계획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달에 가는 목적입니다. 이번엔 달에 가서 사진 찍고, 없어지지 않을 발자국을 남기며 멋진 말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지구가 아닌 달 궤도에 정거장을 만들고, 정거장에 사람이 거주하며, 궁극적으로 달에 기지를 만들어서 화성으로 넘어갈 중간 거점을 만드는 게 이 계획의 주요 목적입니다.
하지만 화성을 가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요. 제가 살아서 인류 누군가 화성에 도착하는 것을 과연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화성 탐사의 실현 가능성도 사실 불확실성이 매우 큽니다. 고로 화성탐사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자, 매력적인 슬로건이고, 진짜 중요한 것은 인류의 영역을 지구 밖으로 넓힌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나가야 할까요?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 여기서 살면 좋긴 하겠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는 이유는 일단 당장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탈출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내가 여기서 뭘로 돈을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생존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유, 둘 중에 하나가 충족이 되어야 진출하게 됩니다. 지구가 기후위기를 겪고 있습니다만, 아직 해결책을 찾고 있고, 어떻게든 지구 안에서 해결할 문제로 취급하고 있네요. 그럼 지구 밖 진출의 이유는 생존의 문제는 아닙니다. 경제성을 찾아봐야겠네요.
지구 밖에서 찾을 수 있는 경제성이라곤 관광이나 자원 확보, 두 가지 말고는 현재 없습니다. 우주관광은 최근에 몇몇 부자들이 하긴 했지만, 일단 비싼 우주선 가격 때문에 경제성을 따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주의 경제성은 자원 확보 여부에 달려 있는데,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우주선이 비쌉니다(최근 많이 내려왔습니다만, 하나 쏘는데 머스크씨는 20억 좀 넘게 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굳이 값비싼 우주선을 타고 밖에 나가 싸게 구할 수 있는 게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되기에 우주에서 가져올 수 있는 '채취 가능한' 자원을 한번 생각해 보면 결국 달입니다.
달에 있는 자원들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체크해 보자면 달에는 실리콘, 알루미늄, 티타늄, 금 등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희토류가 풍부하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핵융합 발전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서 여기에 쓰일 수 있는 헬륨-3도 달에 차곡차곡 쌓여있다고 합니다.
희토류는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생산은 여러 곳에서 가능합니다. 생산방식의 문제가 있어서 생산을 못해서 그렇지요. 다른 금속을 캐낼 수 있는 이유는 자기들끼리 뭉쳐 있기 때문입니다. 철도 철광석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있고, 금도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희토류는 다른 것과 결합해서 있어서 발견하기 어렵기에 희토류입니다. 얘네들을 따로 추출하는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엄청나게 때려 넣는데, 이게 문제가 많습니다. 중국은 신경을 크게 안 쓰는 편이죠. 그래서 중국의 희토류 안보가 완성됩니다. 이걸 달에서 채취하면? 달에서 뭉쳐있는 희토류를 가져온다기보다, 달에서 환경오염 신경 안 쓰고 신나게 추출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신경 안 쓰고, 환경오염 신경 안 쓰고 필수 광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은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어 보입니다.
다음으로 헬륨-3입니다. 일단 헬륨-3는 당장 자원화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만, 핵융합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요. 여러 가지 핵융합 발전 방식 중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방식(자기장 가둠 방식) 중에서는 2040년~2050년에 상용화가 전망됩니다. 핵융합에 필요한 자원인 수소는 중수소, 삼중수소, 그리고 문제의 헬륨-3가 있습니다. 실제 2050년 수준에 핵융합의 상업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달의 헬륨-3는 지금부터 확보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채굴과 생산, 보관, 운송까지 하나의 밸류체인을 만들기 위해선 이제 달에 가는 수준으로는 시간표가 빡빡해 보입니다.
최근 희토류 중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고, 핵심 광물 중 하나인 디스프로슘 가격이 1kg 당 2,610위안을 기록했습니다. 환전하면 대략 $350입니다. 스페이스 X의 스타쉽 발사비용을 대략 kg 당 $200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채굴만 된다면 경제성 검토를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헬륨-3는 1g당 $3,000 정도 한다고 합니다만, 10배 비싼 삼중수소에서 얻는 가격이라, 실제 채취하는 헬륨-3와의 가격은 좀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아마도 실제 생산되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겠죠). 그래도 1/10 가격으로 떨어져도 경제성은 있어 보입니다.
달 외에도 사실 자원 확보가 가능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소행성입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소행성대에는 수백 km 크기인 것부터 매우 작은 크기까지 다양합니다. 소행성의 형성에는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일단 거대 행성이 되다만 경우라 지구에서 채취할 수 있는 다양한 광물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지구는 대기와 자기장이 보호하기에 다양한 광물이 유입되지 않지만, 소행성들은 그렇지 않아서 지구보다 함유도는 높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소행성대는 의외로 자원의 보고일 수 있습니다.
지구 밖으로 진출하는 것에 경제성이 있을 것 같다고 나름대로 확인했습니다. 그럼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할 텐데,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빠르게 이동가능한 수단을 확보해서 거점에 머물 필요 없이 왕래하는, 마치 일일생활권처럼 접근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중간에 보급이 가능한 거점을 만들어 보다 점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접근하는 방법, 두 가지입니다.
달과 지구 사이를 거점 없이 왕래하는 이동수단을 확보하는 것은 달에서 자원채취까지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짐을 뜻합니다. 현재 기술로는 쉽지 않지요. 차라리 이 부분에서는 채굴이라는 행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행성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이동과정에서 자원채취가 가능한 수준의 크기의 소행성을 그냥 가져오면 되니까요. 물론 소행성대는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이동시간이 너무 걸려서 여기를 목표로 하기는 좀 무리가 따릅니다.
결국 달에 거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고, 거점을 만든다는 것은 유인 생활이 이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장기적으로요. 자연스럽게 어마어마한 부수적인 일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생존, 여가, 치안 등등. 일이 커지는 느낌이 듭니다.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그 첫 스텝을 막 떼려고 하는 참입니다.
본래 간단하게 추석을 맞아 달과 우주에 관련돼서 쓰려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스타링크에 관련된 머스크의 행보에 대해,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도 뭔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부정적으로 바라고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고, 관련 상황을 알아갈수록 오히려 우주로의 진출이 탄력을 받는 느낌이 들어 글이 길어졌습니다. 두서도 좀 없어졌네요.
하지만 일이 커지는 느낌은 투자할 곳이 많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핵융합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에너지 생산 수단의 발전과 확보가 향후 다가올 미래에 가장 큰 인류 진화의 동인이라고 믿고 있기에 더욱더 우주 진출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오 분야의 발전, AI의 일상화와 더불어 미래에 가장 주목해야 할 분야로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가까운 얘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표지그림 : 핸드폰으로 직접 촬영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