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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Dec 14. 2024

팀과제 극찬을 받다.

이런 일도 있네.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와서 드디어 드디어 팀과제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우리 팀은 공교롭게도 반에서 제일 나이 많은 최고령 언니 두 분이 포진했다. 그 외 팀원들을 보아하니 왠지 내가 팀장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이 팀이 돌아가겠구나 싶었다.


나는 호기롭게 우리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내가 우리 팀 만점 받게 해 줄게 걱정들 마시라고 허세를 부렸다. 정작 자신이 없었지만 걱정이 많을 언니들을  안심시켜주고 싶었다.


PPT도 못하면서...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모하고 무식한 성격이 또 발동되었다.


'PPT? 지금부터 배우지 뭐.'


무식하면 용감한 게 맞다.


다행히 우리 조는 맨 마지막주에 발표라서 시간이 많다.


집에서 선생님이 내준 과제인 사례관리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M 씨는 알코올중독에 경제적  어려움이 있고, 아내는 요양원에 있고, 집 천장에는 비가 새는.... 어쩌고 저쩌고 M 씨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읽고 또 읽어도 총체적 난국의 과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괜히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복지 혜택  팸플릿도 잔뜩 가지고 와보고 궁리를 하지만 딱히  어떻게 효과적으로 PPT를 구성해야 할지 막막했다.


팀원들도 갈피를 못 잡았다.  나는 M 씨의 상황에 이입해 최대한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목차를 구성하고 발표 주안점을 둘 곳을 강조하는 등 겨우겨우 완성했다.


나만 믿으라던 신감은 어디로 가고 팀원들에게 말했다.


"아. 그냥 발표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목표치를 대폭 낮춘 것이다. 그럼에도 언니들이 나를 믿는 게 느껴졌다.


'OO 이는 잘할 거야.'


나는 나를 못 믿는데 언니들은 희한하게 왠지 나를 신뢰했다.


드디어 발표날이 되었다. 평소에는 떨지 않는 성격이지만 팀원들의 성적 운명을 나의 발표가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니 떨렸다.


준비된 USB를 넣고 화면을 켜고 발표 준비를 하였다.


'모든 것이 완벽해. 계획대로 되고 있어.'


그 순간 화면을 보니 아뿔싸 칠판 큰 화면에 나온 PPT는 변경, 수정전의 내용이다. 그때부터 멘털이 무너져 내렸다.


' 정신을 집중하자. ' 최대한 정신을 부여잡고 침착하게 노트북의 완성본을 찾아 발표를 시작했다.


M 씨의 욕구를 파악하여 심리적 회복에 중점을 둔....  솰라 솰라. 어쩌고 저쩌고.


뭐라고 얘기한 줄도 모르고 발표를 끝마쳤다.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교수님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팀 중에 제일 잘했죠."

"하산해도 되겠어요."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발표를 잘한 것이죠."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칭찬받을 줄은...


교수님은 하나하나 조목조목 칭찬해 주셨다.


진짜 좋았다. 이런 일이 있다니....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온다. 자존감이 쑥쑥 올라가고 기분이 좋은 날이다.


팀원들의 칭찬과 학우들의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도 자랑을 했다.


"엄마 팀과제 일등 했다."


셋째는 뭐가 궁금한지 질문을 많이 한다.


"나는 팀과제가 싫어. 엄마는 좋아?"

중학교 다니는 셋째가 팀과제를 하면서 마음고생을 했던 적이 있어서 하는 질문이다.


"엄마는 팀과제가 좋아. 왜냐면 내 공부가 진짜 많이 되거든. "  


아마 편안한 팀원들을 만나서 이런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고등학교 때 진짜 공부 못했었는데... 꼴찌는 아니지만 뒤에 몇 명 없었는데.... 이런 내가 대학을 다니고 팀과제를 해내고 극찬을 받다니...


글을 쓰고 마음을 치유하고 긍정적인 일을 해내는 내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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