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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Jul 19. 2019

심바의 복화술

[영화] 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사자는 어려서부터 상당히 친숙한 동물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알게 되는 동물에 개와 고양이 다음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특히 사자는 공룡과 함께 장난감이나 동화책에 단골 캐릭터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도 이름과 그 모습만은 먼저 알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에서도 많이 다루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 익숙함은 평생 이어진다. 덕분에 사자의 습성도 꽤 유명하다.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산다거나 ‘어흥’하고 운다거나 송곳니가 크다는 것쯤은 ‘지구는 둥글다’라는 것보다 먼저 알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사자에 대한 오해도 상당히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자의 사냥에 관한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사자가 대부분 결국은 사냥에 성공하기 때문인지, 흔히들 사자는 사냥감이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언제든 바싹 뛰어가 제압해 먹이를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자의 사냥 성공률은 평균 30% 정도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냥에 성공하지 못한 사자는 그대로 굶어 죽는다. 또한, 사냥에서 살기 위해 거세게 반격하는 사냥감에 의해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깊게 찢어지는 등의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자도 얼마 못 가 죽고 만다. 그러니 사자로서도 사냥은 목숨을 걸고 하는 생업인 셈이다. 제아무리 백수의 왕 사자라 할지라도 야생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다.


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출처 : IMDb

  만약 실제 사자가 영화 <라이온 킹>에서처럼 말을 하게 되면, 또 그 모습을 직접 보게 되면 처음에는 굉장한 이질감이 들 것 같다. 표정도 없이 입만 조금 실룩거리며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사자라니, 그것은 마치 공포 영화에서 복화술 하는 인형처럼  괴기스러울 것이고, 물소 떼들 사이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고 물을 마시는 사자처럼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이번에 <라이온 킹>을 보면서 그 공포와 혼란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1994>의 실사(?)영화 <라이온 킹>을 보면서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에 굉장히 감탄했다. 언젠가 영화 촬영에서 동물과 아기를 촬영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도 곧 옛말이 될 듯했다. 특히 영화의 배경이 되는 대자연, 프라이드 랜드의 광활함과 웅장함은 마치 한 마리 새가 되어 그곳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사가 있는 동물 캐릭터의 사실적인 묘사는 영화에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가짜 사자가 연기하는 것이 진짜 사자가 복화술로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자의 복화술이라니' 그 덕에 극장에 불이 꺼지고 얼마 동안은 영화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애니메이션만큼 익살스러운 티몬과 품바가 나오고 나서야 겨우 적응이 되어 ‘음…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이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출처 : IMDb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좌) <잔 사마리의 초상, 1877>과 (우) <뱃놀이 일행의 오찬, 1881>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잔 사마리의 초상, 1877>에서 그림 속 주인공이자 르누아르의 연인 잔 사마리의 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미소와 그윽한 눈빛이 따듯한 색채로 절묘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또 한, 그의 작품 <뱃놀이 일행의 오찬, 1881>에서 파티에 모인 사람들의 즐거운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인물의 표정과 자세, 그곳의 분위기가 따듯한 빛과 색을 이용해 조화롭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 (The Lion King, 1994) 출처 : 다음


  생생함이라는 것은 대상과 얼마나 닮았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라이온 킹>에 생생함을 불어넣는 데 필요했던 것은 다큐멘터리와 같은 사실적인 사자의 모습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1994>에 나왔던 심바의 생생한 표정이 아닐까?




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연출 존 파브로

출연 도널드 글로버, 비욘세, 제임스 얼 존스, 치웨텔 에지오포


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출처 : 다음


새로운 세상, 너의 시대가 올 것이다!어린 사자 ‘심바’는 프라이드 랜드의 왕인 아버지 ‘무파사’를야심과 욕망이 가득한 삼촌 ‘스카’의 음모로 잃고 왕국에서도 쫓겨난다.기억해라! 네가 누군지.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심바’는의욕 충만한 친구들 ‘품바’와 ‘티몬’의 도움으로 희망을 되찾는다.어느 날 우연히 옛 친구 ‘날라’를 만난 ‘심바’는 과거를 마주할 용기를 얻고,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위대하고도 험난한 도전을 떠나게 되는데…


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출처 : 유튜브 디즈니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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