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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Jan 16. 2024

25개월 내 딸은 카페의 큰손이다

사장님이 우리딸을 좋아합니다

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앞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작은 카페이지만 가격은 전혀 착하지 않은 카페. 더운 여름날 더위를 식히러 들어갔다가 키오스크의 가격을 보고 다시 뒤돌아서서 나온 적이 있을 정도로 가격이 상당했다.


그런데 그 카페가 어떻게 딸 아이의 눈에 띄게 된 것인지 지난달 하원길에 갑자기 "저기 들어갈래!"라며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운전을 못해 항상 도보로 하원을 한다)


두돌 딸의 고집은 내가 꺾을 수 없는 엄청난 것이어서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서 아이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건 6천원짜리 딸기라떼. 어딘가에서 당첨된 모바일 쿠폰이 아니고는 혼자서 카페도 들어가지 않는 나인데, 딸 때문에 거금 6천원을 결제했다.


늦은 저녁, 특히 손님이 드문 시간에 찾아온 아기 손님을 카페사장님은 정말 친절하게 반겨주셨다.


아이를 너무나도 예뻐하시며(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어린이집을 한때 운영하셨다고 한다) 서비스로 미니 붕어빵도 주셨다.


'그래, 6천원에 미니 붕어빵까지 받았으니 이 정도면 선방이야'


서비스로 주신 붕어빵을 감사해하며 아이가 딸기라떼를 다 먹기를 기다렸다.


근데 이 정도로는 성이 다 안 찼던 것일까. 딸은 갑자기 카페 쇼케이스쪽으로 가더니 컵과일을 가리키며 사달라고 졸라댔다.


"이거, 이거이거".


'하,,, 이미 6천원이나 썼는데...'. 


작은 카페에는 손님도 아무도 없는데다, 아이가 떼 쓰는 소리를 카페에 울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며 "그래, 이거 하나만 먹는 거야"라고 추가결제를 했다.


조그만 플라스틱 컵에 담긴 과일은 무려 4천원. 남편이 회사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받아오는 과일보다 훨씬, 훨씬 적은 양이었다. (남편의 회사는 식사를 안 할 경우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게 사달라고 조른 과일을 사주자 아이는 이제 과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 먹은 붕어빵을 다시 사달라 했다.


가격표를 슬쩍 보니 미니 붕어빵의 가격은 4천원을 훌쩍 넘었다. 궁여지책으로 매대쪽에 있는 소보로빵을 집어서 얼른 결제했다. 사장님은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하면 좋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리셨는데, 역시나.


아이는 내가 준 소보로빵이 싫다며 다시 빵이 진열된 매대쪽으로 갔다.


'하.... 그래, 니 맘대로 해라'.


이렇게 아이가 원하는 빵까지 결제하고 나니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카페에서 쓴 돈이 무려 15,000원을 넘어섰다.


'1시간도 안 되서 만오천원 쓴 거 실화냐'


진짜 카페 사장님에게는 내 딸이 너무 이뻐보이지 않았을까. 손님도 뚝 끊긴 시간대에 갑자기 들이닥친 아기손님이 단시간에 이것저것 고르며 15,000원의 매상을 순식간에 올려버리지 않았나.



그렇게 키즈카페 2시간에 맞먹는 금액을 순식간에 써버리게 만든 딸. '다시는 이 카페에 안 와야지, 이번이 마지막이다'하며 가게를 나섰다.





그런데 바로 어제, 딸은 한달도 채 안 되어 그 카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카페에 들어가자며 떼를 썼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래, 얼른 딸기라떼만 먹고 가자"라며 가게에 들어섰다.


사장님은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방문한 아기손님을 잊지 않으셨다.


"어머, 왔구나"라며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


'오늘은 절대 만원 이상은 결제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는데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딸은 쇼케이스로 달려가서는 지난 번에는 없던 생크림 케이크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래, 케이크니까. 케이크만 사 먹이고 말아야지'.


딸기라떼와 생크림 컵케이크를 결제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딸은 역시나 제 손에 들어온 것에는 흥미를 금새 잃었다.


생크림 케이크를 몇 번 받아먹더니 이내 "붕어빵 ~~ 붕어빵 ~~~"하며 지난번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셨던 붕어빵을 찾았다.


요새 안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붕어빵 모형을 만들어서 재밌게 놀고 있는 걸 알았던 터라 붕어빵 조르는 걸 안 사줄 수가 없었다.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추가 주문만 해대는 딸 때문에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었지만 사장님께 최대한 사회적 미소를 띄며 "사장님, 붕어빵 단품으로도 팔아요?"라고 물었다. 사장님께서 6개, 8개씩 판다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네, 그것도 주세요 ^^"


사장님께서 붕어빵을 구우시는 동안 딸은 연신 "붕어빵~~ 선생님 붕어빵 주세요~~"라며 사장님을 재촉하더니 막상 붕어빵이 나오자 붕어빵 속 앙금을 몇 번 할짝할짝 대더니 결국 한 입도 삼키지 않았다.


이렇게 이날 쓴 금액도 정확히 15,000원.


장 볼 때마다 치솟는 물가에(뻐킹 인플레이션!) 집었던 물건도 내려놓는 마당에 딸아이는 한 번에 15,000원을 단숨에 써 버린다.


아, 먹지도 않을 음식에 숙주 15봉지 값이 날아갔네.


사장님은 오늘도 기쁘시겠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렇게 골라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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