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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Mar 25. 2024

광역버스에서 보내는 1시간, 글쓰기로 했습니다.

#3월 25일


복직한 지 어언 두 달째.


출근할 때는 광역버스를 이용하고 퇴근할 때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일상이다.


월요일의 광역버스는 유독 느릿느릿.


강남 출근은 신기한 게 매일 집에서 같은 시간에 나오지만 요일마다 강남에 도착하는 시간이 다르다.

 

월요일이 가장 늦고, 화수목금 요일이 뒤로 갈수록 강남에 도착하는 시간이 빨라진다.

 


오늘은 새벽 4시를 조금 넘어 눈을 떴다. 빨래건조대에서 마른 옷들을 걷어내고 속옷과 수건 등을 갠다.


새벽에 눈을 떴지만 개운하기는 커녕

무언가 불쾌한 기분.


지난 주에 동대표회의를 해서인가.

나는 꼭 항상 며칠 뒤에서야 불쾌한 기분이 더 강력하게 스멀스멀 올라온다.


거리를 두고 멀리하던 동대표 중 한 명이

내가 차기 아파트회장이 된 걸 축하한다며 몇 달만에 말을 걸어서는 또 이간질 등등의 말을 늘어놓았다.


회식장소로 이동하던 그 짧은 찰나에

나를 밀어대며(대체 아줌마들은 왜 걸으면서 사람을 밀까?) 온갖 듣기 싫은 이간질을 나에게 말할 때

 

또 왜 나는 단호하게 받아쳐내지 못했을까?


"그걸 왜 저한테 얘기하세요? 저 아직 회장 아니에요. 지금 회장한테 얘기하세요"

(이 아줌마는 현재 아파트회장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나한테는 온갖 걸 시켜댄다)


"저랑 친하세요? 밀면서 말하지 마세요" 등등.


불쾌하고 기분 나쁜 사람인 걸 분명히 아는데도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로, 나보다 나이가 많단 이유로

그의 헛소리를 잠자코 들어줘야 하는 한국의 나이 문화가 너무 싫다.




그래서 출근길을 나서면서 남편에게 괜시리 짜증을 냈다.

(경기도에서 서울 출근인 내가 남편보다 일찍 출근하고 퇴근도 일찍 한다)

 

"아, 왜 임신수첩은 안 보이고 난리야. 회사에 병원 갔다온 거 증빙 내야 하는데... "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어 나를 배웅해주려던 남편은 나의 궁색맞은 짜증에 "왜에. 잘 찾아봐. 어딘가에 있겠지"라며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나의 임산부수첩을 같이 찾아본다.


"아 몰라, 늦었어. 그냥 갈래"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 내게


"잠깐만!"이라며 어디서 찾았을지 모를 임신수첩을 건넨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받아든 나.


미안한 마음에 카톡을 보낸다.


'아침에 좋은 모습으로 못 나와서 미안'.




브런치에 글 쓰다 보니 어느덧 강남으로 접어드는 광역버스.


두가 잠든 출근길의 광역버스는 오늘도 조용히 달린다.


"띵동"하고 하차역을 알리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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