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 산후조리원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야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에서 마냥 쉬거나 늘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산모들은 매우 바쁘다.
아침 6~7시 사이에 신생아실로부터 수유콜을 받고 나면 졸린 눈을 겨우 뜬 채로(물론 부지런한 산모님도 계시지만) 수유실로 향한다.
가슴한쪽당 15분씩은 물려야 한다는 모유수유 원칙에 따라 졸린 신생아를 깨워가며(아기는 엄마 냄새를 맡을수록 더 잠에 깊게 빠져드는 습성이 있다) 30여분 이상을 모유수유를 한다.
아이와 교감하며 공감하는 시간이지만 신생아인 아기도 졸립고, 나도 졸린 건 마찬가지.
모유수유실에 일렬종대로 주르륵 앉아 아침부터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가서 설사 완분(완전한 분유)을 하게 될지라도 조리원에 있는 동안만큼은 모유수유를 먹이리라는 열의가 느껴진다.
이렇게 30여분간 아이를 깨워가며 먹이는 모유수유가 끝나고 나면 휴식이냐? 아니다.
바로 연이어서 유축을 해야 한다. 모유수유에서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직수 후 유축이다.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젖을 물린 직후에 유축을 해야 젖양이 늘어나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붙들고 30여분간 젖과 씨름해야 했던 엄마들은 이제 방으로 돌아가 유축기를 부여잡고 30분간 젖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오른쪽 가슴 5분 왼쪽 가슴 5분 다시 오른쪽 가슴 5분 하는 식으로 유축기를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유축을 해야 한다.
이렇게 30분간 유축한 모유를 냉장실에 저장하거나 신생아실에 가져다주고 나면 엄마는 아침부터 기진맥진.
그때쯤 되면 자연히 아침 밥 시간(오전 8시 30분)이 된다. 모유수유로 소진한 체력을 아침식사로 한껏 끌어올려주고 나면 어느덧 오전 9시. 방 좀 치우고 가족이나 친구들 등 못다한 연락을 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나면 어느덧 10시다.
모유수유의 가장 기본 원칙 3시간. 오전 7시에 모유수유를 했으니 3시간 뒤인 10시경에 또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 그럼 10시부터 또 똑같은 루틴으로 돌아간다. 30분간 모유수유를 하고, 그 다음에 30분간 유축을 하고. 그리고 잠시 쉬고 나면 또 점심 시간(오전 11시 30분부터). 점심 먹고 잠시 쉬면 또 1시. 그럼 또 다시 시작되는 모유수유와 유축.
이 루틴을 자기 전까지 하루종일 반복한다고 하면 된다. 물론 모유수유도 유축도 엄마의 선택사항이지만 조리원에서 이렇게 남이 차려준 밥을 먹고 비싼 돈 내고 편히 쉬는데 모유수유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든달까.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모유수유를 지금 조리원에서처럼 편하게 하기 힘든 환경이 될 거라는 걸 알기에 엄마들은 하루를 꽉꽉 채워서 모유수유와 유축에 매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