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리스리 Jul 09. 2024

둘째는 발로 키운다더니, 너무 신경 안 쓰는 건가?

둘째는 사랑이라면서요

둘째를 임신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다.


"둘째는 발로 키운다잖아"


둘째는 발로 키운다. 그만큼 둘째에게는 첫째 때보다 양육자가 덜 예민해지고, 덜 민감해지고, 그만큼 더 수더분하게 키운다는 얘기였다,


이 말처럼 나는 둘째를 임신했을 때부터 '첫째 때에 비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둘째에게 무심했다.


첫애 때처럼 태교도 안 해줘, 노래도 안 불러줘, 책도 안 읽어줘 뭐 하나 첫 애 때만큼 해준 것이 없다.


그런데 출산 이후에도 둘째 애에게 향해야 할 내 관심은 첫애 때의 절반도 안 되는 거 같다.


태교는 어쩔 수 없다쳐도 올망졸망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에게 애정과 관심이 샘솟아야 하는데 아직 생후 30일이 넘은 둘째에게 가지는 내 감정은 다소 무심하다.


첫 애 때는 목 가누기를 할 때도 감동, 뭐 작은 몸짓 하나에도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기며 첫 애의 하루하루를 기록했던 것에 반해 둘째는 성장 발달 과정의 변화를 접해도 첫애 때 이미 봤던 과정이기 때문에 다소 무던하게 그 과정을 지켜본다.


눈을 못 뜨다가 눈을 번쩍 떴을 때도 '아, 드디어 눈을 떴네', 목 가누기를 해도 '이제야 목 가누기를 하는군' 하면서 당연히 해야할 것을 했다는 느낌만 받는 것이다.



분명히 둘째는 사랑이랬는데.



맘카페에서 둘째 임신, 둘째 출생과 관련된 글에서 한결같이 나오는 댓글이 "둘째는 사랑입니다~꼭 낳으세요"였다.


근데 나는 왜 둘째에게서 이렇게 사랑을 못 느끼는 거지. 둘째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보인다는 사람들은 언제쯤부터 그 사랑을 느꼈던 것일까 궁금할 정도로 나는 지금 신생아인 둘째의 매력포인트를 아직 모르겠다.


세 살 한창 애교많은 첫 애가 눈앞에서 보여주는 말과 몸짓이 더 압도적인 매력이라 둘째에게 관심이 덜한 건지, 아니면 이미 첫 애 때 봤던 성장과정을 다시 둘째로부터 복습하는 게 흥미가 떨어져서인지 스스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둘째의 예쁨을 못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도 모성애/부성애가 애를 낳자마자 생기는 게 아니라 양육하면서 점점 커가는 것이라고 하니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


1편을 이미 다 봤다고 2편에 너무 무심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둘째에게 다소 미안하다.


둘째는 사랑인 거 맞는 거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조리원에서 여유시간을 보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