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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린 Mar 15. 2022

나 하고 싶은 거 다 해!

생각과 행동 사이에서 걱정 빼기

  

  작년 상반기부터 우리 회사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본격화되었다. 매일 출근 준비로 1시간, 소위 말하는 ‘지옥철'에서 왕복 2시간을 허비했었는데 재택근무가 시작되니 눈곱 떼고 책상 앞에 앉으면 출근, 노트북만 닫으면 퇴근인지라 절약되는 시간이 꽤나 늘어났다. 정해진 시간에 업무만 보면 됐기 때문에 처음 몇 주는 뷰가 좋은 카페에서 일하고, 회사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바다를 보며 일하는 낭만도 즐겼다. 여유 시간이 늘어난 대신 줄어든 것도 있었다. 급격히 늘어난 생활비와 반비례로 줄어드는 나의 통장 잔고였다. ‘더 이상 낭만 쫓다가는 남는 게 없겠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재택근무로 인해 주어진 보너스 같은 시간을 조금 더 합리적으로 써 볼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결심했다.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는 데에 시간을 투자해보기로.


  처음 도전해본 것은 춤이었다. 스트릿우먼파이터가 시작하기 전의 일이다. (유행 따라 배운 게 아니라는 걸 왠지 강조하고 싶었다.) 평소에 댄스음악을 많이 듣기도 하고, 재밌게 살을 뺄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고민 끝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장기자랑을 위해 친구들과 모여 인터넷에 ‘브리트니 스피어스, 보아, 천상지희 안무 거울 모드' 따위를 검색해 교실 뒷바닥에서 연습해 본 게 다였는데, 막상 전문가 앞에서 몸을 흔들려니 도저히 거울 속의 나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처음 배웠던 곡은 블랙핑크의 ‘뚜두두두’였다. 제니가 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찍어주신 영상 속의 나는 영락없이 댄스 음악에 몸을 맡긴 유느님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탄 데다 몸도 많이 굳어서 우물쭈물하는 게 영상에 고스란히 보였는데, 횟수를 거듭하고 배우는 안무가 늘어날수록 자신감과 재미가 붙어서 나중에는 영상을 2번, 3번 찍으며 원하는 퀄리티(?)를 뽑아내기도 했다. 

서현의 Don't Say No를 연습하며 허우적대던 날


  그다음에 도전한 것은 작사 수업이다. 노래를 들을 때 늘 가사를 먼저 듣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배워보고 싶었던 2번째 취미였다. 작사 수업을 처음 갈 땐 ‘나도 김이나 작사가처럼 되어서 아이유와 작업하는 날이 올 지도…’라며 상상의 늪에도 빠졌더랬다. 작사 수업은 기본 노래 구조에 대해 배우고, 처음 듣는 랜덤한 외국 곡에 한글 가사를 붙여보는 방식이었다.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면서 어떤 상황에 어울릴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 그 상상을 노랫말로 담아내는 것이 포인트였는데, 작사가가 장래 희망이 될 만큼 매력적이었다! 수업 내용뿐 아니라 선생님의 작업실에서 고급 스피커로 노래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취미였다. 


  이 외에도 필라테스, 플라잉 요가, 꽃꽂이, 퍼스널 쇼핑(전문 쇼퍼가 동행하며 패션 스타일링을 조언해주는 것) 등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느낀 것은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미뤄왔다는 것이다. 


“이 나이에 무슨"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시작해봤자 며칠 못 갈 거야"


 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하고 싶었던 일을 무시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어떤 이의 관점에서 보면 쓸모없는 걸 배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경험해나가는 것 자체만으로 나 자신에게 성취감을 주고, ‘그래, 난 이런 걸 좋아했어’ ‘이런 건 잘 못해’ 라며 나를 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던 시간이었다. 물론 걱정 그대로 며칠 만에 때려치운 취미도 있지만 뭐든 시작해보는 데 두려움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새로운 시도에 쓸모없는 단점은 하나도 없었다. 정작 쓸모없었던 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나의 걱정뿐이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이 공식은 꼭 기억해두려고 한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서 걱정 빼기!


“해보고 싶다…

그럼 해보면 되지! 나 하고 싶은 거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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