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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J Apr 29. 2024

불안감과 싸우기

[우울증 환자 생존기] 땀 나는 하루 하루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런칭해야 하는 지원사업이 있다. 이 사업의 선정까지 해주고 그만두기로 했다. 선정까지 가는 과정에는 심사가 2번있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치뤄내야 여기서 빠져나갈 수가 있다. 심사를 진행해본지가 굉장히 오래되어서 잘 치뤄낼 수 있을지 매우 불안하다. 회사만 생각해도 손에서 땀이 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불안하다. 이런 불안한 마음과 싸우는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을 해치워버리는 것이다. 불안한 일을 해버리고 나면 불안이 사라진다. 그 일을 하기까지는 꽤 어렵지만 해버리고 나면 괜찮아진다. 나는 일을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렇게 하는 동안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사는게 너무 피곤하다. 


요즘은 주로 오후에 회사에 나간다. 하루종일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회사에 일찍 나가는 것이 더 괴롭다. 하루 종일 묶여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주로 늦잠을 자고 오후에 출근한다. 하지만 잠을 자면서도 불안에 시달린다. 오늘은 꿈에서 회사에 새로 온 대표가 연봉을 대폭 올려주는데, 나는 퇴사한 꿈을 꿨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나의 선택이 제대로 된 일일까 하는 마음이 꿈에까지 나타났다. 


약이 효과가 있는지 마음은 울증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듯, 마음이 바쁘다. 시간 안에 제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조바심이 난다. 그 불안이 떨쳐지지가 않는다. 울증도 힘들지만 이 불안도 상당히 안고 살아가기가 힘이 든다. 좀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면 좋겠는데 매번 뭐에 쫓기듯 살아가는게 영 불안정하다. 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성당에서 세례를 받기 전에 다 같이 묵주기도를 바치는데, 그 묵주기도가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봐 내가 불안해한다. 이끄는 사람이 해야할 걱정을 내가 하고 있다. 세례를 받으면서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행사가 잘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신경이 곤두서 있다. 내가 할 걱정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렇게 걱정이 많은 내가 프리랜서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온통 새로 해보는 일일텐데.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을까. 불안감에 시달리다 보면 머리가 너무 아프다. 모든 것이 빨리 감기가 되는 것처럼 생각이 앞서나가니까 두통이 온다. 온 몸이 실제로는 떨리지는 않는데, 떨리는 기분이다. 손과 발에 땀이 나고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렵다.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간단한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나를 압박하고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떨쳐내는 것이 어렵다. 그냥 하루하루 무사히 잘 살아가면 되는데, 그것으로 충분한데 내가 너무 앞서나가서 모든 것을 잘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언제쯤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가 내 삶을 좀 더 잘 꾸리면 바뀔까. 회사를 그만두면 없던 여유가 생길까. 


약으로 진정시키는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약이 잘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은 좀 덜 불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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