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떻게 먹는담.
흙도 채 털지 않은 손가락만 한 당근이었다. 토끼 귀처럼 기다랗게 늘어진 잎을 조심스레 잡아들었다. 아주 작고 못생긴 당근 하나. 아이가 화분에 직접 키운 것이었다.
처음 본 당근씨는 겨자씨보다도 작았다. 후 불면 날아갈 먼지라고 착각할 만큼. 티끌 같은 씨앗을 손가락으로 꾸욱 집어 화분에 옮겨 심었다. 네 개 중에 한 개가 싹을 틔웠고, 흙을 들고일어난 새싹이 신기해 아이는 튼튼하게 크라며 ‘튼튼이’라고 이름 짓고 키웠다. 제대로 자랄까 싶었던 의아함과 달리 당근은 무럭무럭 자랐다.
이름처럼 튼튼하게 크는 당근을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잎이 시들기 시작했다. 뽑아야 할 때였다. 흙 아래 잠긴 당근은 얼마나 자랐을까. 막상 뽑고 보니 무성한 잎에 비해 애걔, 소리가 나올 만큼이나 작고 볼품없었다. 그런데도 예뻤다. 시간과 관심과 정성이 깃든 만큼의 기쁨과 예쁨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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