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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터드리븐리포트 Sep 26. 2024

HR 부서에서 데이터과학으로 뭘 한다고?

‘양손잡이 자기 계발’로 HR  데이터과학자 되기


양손잡이 역량개발의 핵심은
현재 내가 가진 강점을실무에 적용(Exploitation)하고,
미래에 다가올 역량을 현재 나의 도메인과 융합해서
확장 (Exploration)하는 것이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40년 이상 연구해 온 미국 스탠퍼드대 찰스 오라일리(O‘Reilly) 교수는 오랫동안 업계 선두를 지키며 살아남은 기업의 비결은 ‘양손잡이 경영(Ambidexterity)’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잘하는 사업분야를 계속(exploitation)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 (exploration) 이 양손잡이 경영의 핵심이다. 개인의 역량 개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내가 했던 모든 경험을 내려놓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에 적용하고, 새로운 기술을 나의 도메인 지식과 조합하는 것이 바로 양손잡이 역량개발의 핵심이다. 


한손잡이에서 양손잡이 전환(transformation)을 고민하다. 

채용담당자로서 Data Scientist를 채용하기 위해 미국에서 채용설명회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었던 당시에는 채용설명회에 왔던 후보자들의 전공 중 그 누구도 데이터과학(Data Science)이라는 학과가 없었다. 컴퓨터 공학, 수학, 물리학, 기계공학 등 아주 다양한 전공이 있었지만 본인을 데이터 과학자라고 소개를 하는 것이 처음 들을 때는 의아했다. 가장 특이한 분은 천문학을 공부하신 분인데, 우주의 별 자체가 빅데이터라서 별의 패턴과 소멸예측 같은 것을 연구하셨기 때문에 자신을 데이터 과학자라고 하셨다. 그때 깨달았다. 데이터 과학자라는 것은 특정 전공을 공부한 사람으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과 수학/통계, 그리고 컴퓨터 공학/엔지니어 3가지를 함께 공부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3가지 분야에 모두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한 분야에서 뛰어나면서 다른 2가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을 데이터 과학자라고 불렀다. 즉, 기계공학 을 하고 통계, 코딩을 하게 되면 기계공학 분야 데이터과학자가 되는 것이고, 천문학을 하고 통계, 코딩을 하게 되면 천문학 분야 데이터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 문득 질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나도 HR 데이터 과학자가 될 수 없을까?” 


데이터 과학자의 정의처럼, 통계와 컴퓨터 공학을 배우고, 현재 나의 경력인 HR 도메인을 더한다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Linked-In이라는 비즈니스 채용플랫폼에서 HR 데이터 과학자(HR Data Scientist) 검색을 해봤는데,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대신, HR 분석가(HR Analyst)라는 단어와 HR Analytics라는 단어가 검색됐고, 분석가(Analyst)들이 데이터과학자(Data Scientist)가 되려는 추세가 곧 오겠지라는 근거가 1도 없는 자신감으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정했다. 나는 이제부터 HR 분석가(HR Analyst)가 되겠다. 그리고 그다음은 HR 데이터 과학자가 되겠다. 이렇게 HR 도메인만 갖고 있던 한손잡이 직장인에서 새로운 분석기술을 장착하는 양손잡이 직장인으로 전환(Transformation) 해 가는 노력이 시작됐다.

HR Data Scientist


데이터 과학자가 되자


미국 출장을 다녀온 후 Data Scientist 채용진행과 동시에 전사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움직임이 시작됐다. 직원들 중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HR 분석가(HR Analyst)로 정체성을 갖고 있던 나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말은 기회로 다가왔다. 특히 HR Data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찾던  어느 날, 인사처장님이 부르시더니, “HR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관련 TF를 만들려고 하는데, 사무직에서는 Data Scientist 채용 경험이 있는 네가 적합할 것 같아 팀장으로 세워줄 테니 알아서 해봐”라고 했다. 갑자기 팀장? 이라니, 


아직 입사 5년 차 대리였던 나에게 처장님의 제안은 충격적이었지만, 공식적으로 HR Data를 갖고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HR 각 부서의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어떤 데이터들을 모아갈지 고민하기 위해 팀 이름은 데이터 품질 관리(DQM: Data Quality Management) T/F로 정했다. 주위에서는 그냥 조용히 채용부에서 맡은 일이나 하지 이런 걸 굳이 하느냐며 지금이라도 당장 못하겠다고 처장님께 찾아가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나는 목표가 있었다.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HR Data와 HR 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한 고민을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우리 회사 HR Data에 대해 가장 빠삭하게 알고 계시는 20년 차 과장님을 만나고, 과거에 비슷한 고민을 했던 타 부서 HR 실무자들을 만나고, IT 관련부서를 만나 HR 전체 관리 서버와 데이터베이스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묻고 다니기 시작했다. 


회사 내부에서 부족한 내용들은 외부 교육과 회사 벤치마킹을 통해 해결했다. 인사관리협회, HR 콘퍼런스, IBM 등 HR 관련 강사들과 담당자들을 만나며 HR Analytics, HR Digital Transformation과 관련된 것들은 닥치는 대로 흡수하려 했다. 중간중간에 나에게 생소한 IT 용어들, 엔지니어들의 언어들을 배우며 적어도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그들의 언어로 대화하려 노력했다. 결국 한전의 HR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  보고서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실제로 전략에 기반한 실행을 옮기는 것이 또 다른 난관이었다. 관련 프로젝트의 PM(Project Manager) 역할을 진행하면서 실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정제하는지, 백엔드에서 어떤 기술들을 사용하는지, UI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적인 한계도 많이 느끼던 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인사처장님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을 때 나의 다짐을 얘기했다. 


“기술이 없으면 매번 벤치마킹만 하다 끝납니다. 몇십억 들여서 외국에서 좋은 HR 툴을 도입해서 제대로 쓰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해당 조직의 문화가 다르고 HR 정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건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기술을 더 배워보려 합니다, 외국에 나가서요. “


어디서도 오라는 외국 학교는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HR Analyst라는 이름에서 HR 데이터 과학자로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미국유학 준비를 했고, 감사하게도 미국 듀크 대학교의 Data Science 석사과정으로 입학하게 됐다. 


이제는 8살이 된 하담이 그리고 하담이 아빠 함께


HR과 Data Science 융합을 위한 유학길에 오르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완전 토종 한국인이고, 통계나 수학, 코딩을 원래부터 잘했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대학생 때도 이쪽 분야를 들어보려 했다가 내 길이 아닌가 싶어 수업을 포기(drop)까지 했던 경험이 있을 정도다. 나중에 석사과정을 졸업할 때가 돼서야 합격 이유를 듣게 됐는데, 대부분 건강, 헬스케어, 금융, 마케팅 쪽에서 도메인을 갖고 지원을 했는데, HR 분야 지원자는 내가 유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 측에서도 HR 분야와 Data Science를 융합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HR 도메인 경험을 한 축으로 하고, 새로운 기술인 Data Science을 받아들이는 양손잡이 역량개발 방식이 학교 지원할 때 강력한 어필이 됐던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마치 HR Data Scientist로서 기회들이 항상 많았을 것 같지만, 넓은 의미의 Data Scientist 대비 세부적으로 타겟팅된 Data Sceintsit는 기회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취업시장에서 일반적인 Data Scientist를 100%라고 하면 HR을 도메인으로 한 Data Scientist는 1%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 우리 학교 동기들은 이때 소위 FANG (Facebook (현재 Meta), Amazon, Netflix, Google)  같은 곳에 인턴 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인턴을 하기만 하면 졸업 때 취업이 아주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HR과 Data Science를 융합한 회사에서 근무하기를 원했지만, 당시 미국채용시장에서 나의 관심분야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여기저기 구글링, 링크드인에서 찾은 회사들에 콜드 메일을 보내며 네트워킹을 넓혀나갔고 그때 발견한 회사가 바로 Summery라는 실리콘밸리 소재  People Analytics 컨설팅 스타트업이었다. Erin이라는 여성 CEO가 운영하는 회산데 사람들의 가치를 Data-driven 방식으로 측정한 다음 그들이 속한 조직과의 적합도를 측정하기도 하고, 어떤 자원봉사 타입들이 그들에게 어울릴지 추천하는 방식으로 컨설팅을 하는 기업이었다. 조직문화를 Data Science와 적용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나는 Erin과 Data Science 팀과의 면접을 통해 감사하게 합격했고, Summery의 Data Science 팀에서 Junior 데이터 과학자로 근무하게 됐다. 나와 함께 일했던 팀 리더 스탠퍼드 출신 Helga 박사님은 현업에서의 Data Science와 HR이 어떻게 조직행동 관점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 HR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Metrics로 설계, 구조화하는 것에 탁월한 통찰력이 있는 분이셨다. 특히, HR에서 텍스트로 이뤄진 다양한 설문조사와 평가 데이터를 위해 자연어처리 (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Data Science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NLP 쪽으로 전문성을 더 키우기로 결심했다. 협업을 여러 번 하면서 나의 열정과 진심을 알게 되신 Helga 박사님께서는 조직문화를 계량적으로(quantatative) 연구하는 랩이 스탠퍼드 대학에 있는데, 여기서 한번 일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다. 


Stanford 대학에 Amir 교수님과 U.C. Berkeley에 Sameer 교수님이 공동으로 Computational Culture Lab이라는 곳을 이끌고 계셨고, 양쪽 교수님께 정중히 나의 이력서와 함께 진심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각각의 교수님께서 인터뷰를 요청하셨고, 나의 HR 커리어와 스타트업에서의 Data Science 경험, 그리고 조직문화와 NLP 쪽에 대한 관심은 그들을 충분히 흥미롭게 만들 수 있었고, 스탠퍼드와 U.C. Berkeley 박사생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며 Research Assistant로서 조직과 개인의 문화적합도에 대한 연구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었다. Computational Culture Lab과의 인연은 한국에 올 때까지 이어져 대략 2년 간 교수님들, 연구원들과 꾸준히 교류를 하면서 연구의 폭을 넓혔다. 이렇게 HR 실무경험과 Data Science 분야 내 자연어처리에 특화된 양손잡이로서의 전환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가고 있었다. 


2년 전 HR Digital Transformation을 진행하며 느꼈던 가장 어려운 점은 경영진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과 업무자동화를 통한 효율적 업무처리가 가능하다는 개념적인 것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실무자 피부에 닿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양손잡이로서의 가장 큰 장점을 활용해 HR Data 통합을 향한 큰 그림으로 가되, 각 HR 부서의 니즈를 파악해 기술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HR Analytics 팀 저기 뭐 하는 데야? 이름도 어렵다… 다른 할 것도 많은데 새로운 게 또 생기네” 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실무자들의 초기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니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구현되지만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주는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했고, 실무자의 HR 보고서에서 쓸 수 있는 시각화 결과물도 늘어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과 HR Analytics의 필요성에 대해 점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HR 부서에서 제도개선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할 때, 기존 계량적인 점수로만 제도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 그들이 정말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래서 20,000명이 넘는 전 직원으로부터 계량적인 점수와 함께 서술형으로 의견을 받기로 했고, 17,000개가 넘는 서술형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하나하나 사람이 다 읽으면 좋겠지만 직원들의 모든 내용을 읽고 분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자연어처리(NLP) 방식 중 토픽모델링(Topic Modeling)이라고 해서 텍스트들을 주제별로 그룹화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직원들이 HR의 어떤 세부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도록 보여줬고, 각각의 분야를 워드 크라우드로 보여주면서 특별히 해당 키워드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면 서술형까지 볼 수 있는 화면을 구성했다.


토픽모델링 의견수렴 보고서 자료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항상 고민하고 있다. 모두가 똑같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발버둥 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이 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 수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처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회사와 직급이라는 타이틀을 버렸을 때도 나의 정체성이 그대로 남을 수 있을지. 내가 가진 것으로 주변 동료들에게도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할지. 지금까지 나의 답은 양손잡이 자기 계발이다.


양손잡이 역량개발의 핵심은 현재 가진 강점을 실무에 적용(exploitation)하고, 

미래에 다가올 역량을 현재 나의 도메인과 융합해서 확장(exploration)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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