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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시 Dec 11. 2023

새로운 시작

첫 직장을 퇴사하고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일주일 정도는 휴식을 취하고 가지만 나는 급하게 퇴사를 하고 급하게 이직을 하는 바람에 퇴사하고 이틀 뒤에 출근하였다. 그래서 이전 직장에 대해 완전히 마무리를 못하고 출근을 하였다,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컸다.

 출근을 하기 전에는 새로운 직장에 대한 환상이 아주 컸다, 이직하면 정시출근 정시퇴근에 점심시간도 한 시간이나 되고 주말 및 공휴일을 다 쉰다는

 생각에 너무 들떠있었다. 그리고 인수인계 및 IV(정맥주사) 실패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생각에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부푼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조금 다녀보니까 부푼 마음은 사라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편하고 좋아 보였지만 병원과는 다른 느낌으로 적응하기는 어색했고, 전문성이 많이 떨어졌다. 간호사 면허증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같았다. 기대했던 정시출근 정시퇴근은 거의 해본 적이 없고 바쁠 때는 토요일에도 출근해야 했으며 또한 호칭을 부르는 것이 처음엔 너무 어색했다. 이전 직장에서는 상사를 대부분 “선생님” 이라고 불렀는데 이직을 하고는 대리님, 과장님, 차장님, 팀장님 등 호칭이 입에 잘 달라붙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봉급 차이가 꽤 컸다. 3교대 할 때는 야간근무수당이 있어 생활비를 쓰고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는데 이직을 한 뒤는 여유가 너무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쪼이며 살 줄은 몰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전에는 돈을 쓸 시간이 많이 없었지만, 이직을 한 뒤 나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도 가고 음식점도 가고 친구들도 더 자주 만나다 보니까 돈은 적게 버는 데 쓰는 돈은 많아져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같이 일했던 동기들을 만나곤 하는데 동기들이 상근직이라 부럽다며 이직하니까 어떠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래, 삶이 무료한 느낌이야” 라고 말했다. 동기들은 자기도 무료해지고 싶다며 병원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다시 돌아온다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했다. 퇴사할 때는 절대 병원생각 안 날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간호사 웹사이트에 들어가 공고를 찾아보며 나에게 맞는 직장은 어디일까? 생각하며 구인 구직을 많이 찾아보았다. 솔직히 그때는 회사에 정을 못 붙이고 언제든지 이직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해두었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도 친해지며 적응을 하고 일도 익숙해져 점점 공고를 찾는 일이 드물어지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다며 정착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랐다, 학교 다닐 때부터 “자퇴할 거야” “휴학할 거야” “그만둘 거야” 입에 달고 살던 나였는데 정착을 한다고 말을 한다고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철들었다고 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마음으로 살았는데 마음을 다잡다니. 회사 사람들도 요즘 들어 입사 때랑 너무 달라졌다며 많이 밝아졌다고들 말씀하신다.처음엔 조만간 곳 그만둘 것 같아서 걱정했다며 나도 모르게 표정 행동 몸짓 하나하나에 숨긴다고 숨겼지만, 티가 많이 났던 것 같다.    

 일 년 동안의 심경변화를 하면서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 것을 느꼈다. 3교대로 일할 때는 상근직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더는 바라는 것이 없다고 했는데, 상근직이 되니 다른 점이 맘에 안 든다며 불평하고 있고 차라리 3교대가 좋다며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참 나 자신이지만 간사한 것 같다.

 아직 사회인이 된 지 이 년 조금 넘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인 것 같다. 내가 실으면 모든 것이 다 안 좋게만 보이고 좋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다 이겨 낼 수 있는 것 같다.자리가 어디든 내가 잘하려고 온 힘을 다하면 다 할 수 있다. 나도 안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극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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