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ne Sep 25. 2015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 2

당신을 펴들었습니다.




숨결을 골라 당신의 문장을 따라 걷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제목과 표지의 느낌, 그로 인해 내가 상상했던 것들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어느 문장으로부터 몰입도가 확 달라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당신이 내 주의를 완전히 앗아간 것이죠.

펴들었던 당신을 무릎에 눕힙니다. 내 힘으로 당신의 문장을 이해하고 더욱 사랑하고 싶은 의지가 돋아납니다. 그 때부턴 더 이상 내 상상이 주인공은 아닐테죠. 당신의 이야기를 좀 더 해주세요 하는 심정으로 자꾸만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것입니다. 당신의 눈을 바라볼 때에 난 조금씩 상상을 덜어내고 어느새 남는 것은 당신의 눈, 어떤 날에는 그 속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들려올 것입니다.

당신은 나의 공기 속에 머무시는 것만으로도 부족한지 끊임없이 종이와 연필을 꺼내들게 합니다. 당신의 문장을 받아적을 때에 느껴지는 팔꿈치의 달랑달랑한 기분처럼, 해마다 봄이 올 것입니다. 봄이 오면 잠시 책장을 덮고 표지에 가만히 손을 대고서 좋다, 고 말할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시고서 나도 좋다고, 그렇게 말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질문달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