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보스라서출산 전부터 산후조리원과 산후도우미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혼자 산후조리를할까도 했지만 주변에서 극구 말려 산후조리원은 10일 예약하고, 산후도우미는 3주를 신청했다.
10일 동안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조리원 앞 주차장뷰
- 산후조리원 마사지를 풀패키지로 예약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마사지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라 동남아로 여행을 가도 필수코스인 마사지를 나만 안 가는데, 산후마사지는 정말 좋더라. 온몸의 붓기가 쭉쭉 빠지는 게 눈으로 보인다. 하루종일 거의 좁은 방안에만 있다시피 하니까 밤에 잠도 잘 안 와서 못 잤는데, 마사지 받다가 잠들어서 침까지 흘리고 코도 골았단다. 혼자 우울하다가 마사지 받으면서 수다를 떨면 기분도 업되어서 하루종일 마사지 받는 시간만 기다렸다.
- 산후조리원은 천국이 아니었다.
조리원은 천국 또는 조캉스라고 하더라. 이 말만 믿고 조리원을 길게 예약을 했다거나 기대를 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길. 누군가에겐 천국이거나 바캉스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감옥이었다. 나는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E이고, 주기적으로 햇빛을 보고 바람을 쐬어주지 않으면 우울증이 올 것 같은 밖순이며, 집에 있으면 가만있질 못하고 묵은 집안일까지 만들어서 해야 성에 차는 성격이다. 조리원을 산모의 회복을 위해 간다고 하면, 나는 안 가는 편이 나았다. 원래 건강한 편이라 몸은 금방 회복했는데 정신적으로 더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10일 내내창문으로 밖에만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집 보물단지의 하찮은 발
- 이모님의 보물단지
산후도우미가 오기 전에 거실과 아기방에 홈캠을 설치했다. 도우미가 와서 아기를 봐주는 동안 새벽에 못 잔 잠이라도 자야 할 텐데 뉴스에서 안 좋은 얘기를 몇 번이나 보았던 터라 내가 안보는 사이에 아이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설치했다. 초반에 며칠은 방안에 있으면서 보기도 했지만 볼 필요도 없었다. 우리 아기를 보물단지라고 부르셨고, 정말 보물단지 다루듯 소중하게 아기를 케어해 주고 친자식처럼 예뻐했다. 사실 다음에 얘기할 불편했던 점보다도 이 장점이 너무 커서 진심으로 이모님이 우리 집에 배정되어서 정말 나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끔 연락드리고 있다.
- 산후도우미인가 시어머니인가.
산후도우미가 우리 집에 오는 3주 동안 나는 갑자기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느낌이었다. 물론 식사와 집안일, 아기 돌봄을 너무 잘해주셨지만, 사사건건 잔소리가 날 불편하게 했다. 나는 원래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내가 먹고 싶은 김치는 입에도 못 대게 하고 요리에 고춧가루 절대 안 넣으셨다. 저녁에 몰래 시켜 먹었고, 배달시켜 먹은 흔적은 잔소리가 듣기 싫어 다음날 오시기 전에 모두 갖다 버렸다.갓난아기와 생활하는 법을 알려주시는 건 좋은데, 너무 자기만의 방식을 강요해서 불편했다.잔소리를 피해 방에 들어가서 자거나 한두 시간 산책을 다녀왔다.
너무 큰 장점과 단점이 각각 있어 지금도 출산 전으로 돌아가면 어떤 선택을 할지 잘 모르겠다.
음 돌아간다면,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 같다. 아기는 어떤 선택을 해도 남편이든 친정이든 조리원, 이모님이든 누군가는 그 어리고 연약한 존재를 최선을 다해 케어해 줄 것이다. 나는.. 내가 챙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