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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oo Jul 01. 2024

산후조리원과 산후도우미, 누구에게나 천국일까?

매 끼니 남이 해준 밥을 먹는 건 정말 꿀맛이긴 해.

 예민보스라서 출산 전부터 산후조리원과 산후도우미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혼자 산후조리를 할까도 했지만 주변에서 극구 말려 산후조리원은 10일 예약하고, 산후도우미는 3주를 신청했다.


10일 동안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조리원 앞 주차장뷰


- 산후조리원 마사지를 풀패키지로 예약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마사지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라 동남아로 여행을 가도 필수코스인 마사지를 나만 안 가는데, 산후마사지는 정말 좋더라. 온몸의 붓기가 쭉쭉 빠지는 게 눈으로 보인다. 하루종일 거의 좁은 방안에만 있다시피 하니까 밤에 잠도 잘 안 와서 못 잤는데, 마사지 받다가 잠들어서 침까지 흘리고 코도 골았단다. 혼자 우울하다가 마사지 받으면서 수다를 떨면 기분도 업되어서 하루종일 마사지 받는 시간만 기다렸다.


- 산후조리원은 천국이 아니었다.

 조리원은 천국 또는 조캉스라고 하더라. 이 말만 믿고 조리원을 길게 예약을 했다거나 기대를 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길. 누군가에겐 천국이거나 바캉스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감옥이었다. 나는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E이고, 주기적으로 햇빛을 보고 바람을 쐬어주지 않으면 우울증이 올 것 같은 밖순이며, 집에 있으면 가만있질 못하고 묵은 집안일까지 만들어서 해야 성에 차는 성격이다. 조리원을 산모의 회복을 위해 간다고 하면, 나는 안 가는 편이 나았다. 원래 건강한 편이라 몸은 금방 회복했는데 정신적으로 더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10일 내내 창문으로 밖에만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집 보물단지의 하찮은 발

- 이모님의 보물단지

 산후도우미가 오기 전에 거실과 아기방에 홈캠을 설치했다. 도우미가 와서 아기를 봐주는 동안 새벽에 못 잔 잠이라도 자야 할 텐데 뉴스에서 안 좋은 얘기를 몇 번이나 보았던 터라 내가 안보는 사이에 아이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설치했다. 초반에 며칠은 방안에 있으면서 보기도 했지만 볼 필요도 없었다. 우리 아기를 보물단지라고 부르셨고, 정말 보물단지 다루듯 소중하게 아기를 케어해 주고 친자식처럼 예뻐했다. 사실 다음에 얘기할 불편했던 점보다도 이 장점이 너무 커서 진심으로 이모님이 우리 집에 배정되어서 정말 나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끔 연락드리고 있다.


- 산후도우미인가 시어머니인가.

 산후도우미가 우리 집에 오는 3주 동안 나는 갑자기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느낌이었다. 물론 식사와 집안일, 아기 돌봄을 너무 잘해주셨지만, 사사건건 잔소리가 날 불편하게 했다. 나는 원래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내가 먹고 싶은 김치는 입에도 못 대게 하고 요리에 고춧가루 절대 안 넣으셨다. 저녁에 몰래 시켜 먹었고, 배달시켜 먹은 흔적은 잔소리가 듣기 싫어 다음날 오시기 전에  모두 갖다 버렸다. 갓난아기와 생활하는 법을 알려주시는 건 좋은데, 너무 자기만의 방식을 강요해서 불편했다. 잔소리를 피해 방에 들어가서 자거나 한두 시간 산책을 다녀왔다.



 너무 큰 장점과 단점이 각각 있어 지금도 출산 전으로 돌아가면 어떤 선택을 할지 잘 모르겠다.

음 돌아간다면,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 같다. 아기는 어떤 선택을 해도 남편이든 친정이든 조리원, 이모님이든 누군가는 그 어리고 연약한 존재를 최선을 다해 케어해 줄 것이다. 나는.. 내가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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