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지의 종말과 우리가 맞이할 미래
AI가 인간 전문성을 어떻게 바꾸는지 탐구한 시리즈의 마지막 글입니다.
이 질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howlonguntilagi.com
주요 AI 연구자들과 기관들의 AGI 도래 예측을 실시간으로 추적합니다. 낙관론자들은 2027년, 비관론자들은 2050년 이후를 예상합니다.
중요한 건 정확한 날짜가 아닙니다. 바둑계가 보여준 것처럼, AGI가 오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이미 미래에 살고 있습니다. 단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을 뿐이죠.
뒷좌석 승객이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보며 묻습니다. "기사님, 왜 이 길로 안 가세요?"
20년 경력의 택시 기사는 더 빠른 길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요? 알고리즘이 제시한 경로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모든 전문 지식의 미래입니다.
1980년대 AI 연구자들은 의사의 진단 과정을 코드화하려 했습니다. 실패했죠. 왜? 의사들 스스로도 자신이 어떻게 진단하는지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요.
우리는 이것을 '암묵지'라고 부르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전문가의 직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 기계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
그런데 잠깐, AI에게 암묵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나요?
인간 의사: 평생 수천 명의 환자를 봅니다. AI: 초당 수백만 건의 사례를 학습합니다.
AI는 우리가 '암묵지'라고 부르던 패턴을 더 정확하게 인식합니다. 설명은 못 해도 상관없죠. 어차피 우리도 설명 못 했으니까요.
바둑계에서 일어난 일:
AI가 정답을 제시합니다
프로기사는 왜 그게 정답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따라야 합니다. 안 그러면 집니다
한 프로기사의 증언이 섬뜩합니다: "이제 바둑 교육은 토론식으로 바뀌었어요. AI가 제시한 답을 놓고, 왜 그런지 학생들과 함께 추측해봅니다."
추측. 4,000년 지식의 정점에 선 전문가가 이제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의료계도 같은 길을 걸을 겁니다. AI가 처방을 제시하고, 의사가 "제 직관은 다릅니다"라고 한다면? 환자인 당신은 누구를 믿을 건가요?
환경이 변하면 생존에 유리한 특성이 바뀝니다. 공룡이 멸종한 건 그들이 뭘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죠.
AI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Before AI:
창의적 천재형 바둑기사 > 노력형 기사
직관적 투자자 > 데이터 분석가
경험 많은 의사 > 신입 의사
After AI:
AI 수를 잘 외우는 기사 > 독창적 기사
AI 신호를 잘 따르는 투자자 > 독립적 판단
AI 권고를 잘 설명하는 의사 > 직관적 진단
승자와 패자가 바뀝니다. 잘못한 게 아닙니다. 그저 환경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언어로 만든 추상적 구조물들을 밑바닥부터 해체할 것이다. 경영 이론, 경제 이론, 교육 이론... 다 무너질 것이다."
AI CEO가 인간 CEO보다 나은 결정을 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 CEO가 더 낫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이사회 앞에서 인간 CEO가 "AI의 판단과 다르지만 제 직관을 믿어주세요"라고 말한다면?
알고리즘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지만 성과는 더 좋다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블랙박스에 거버넌스 일부를 아웃소싱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인류의 마지막 직업은 AI가 이미 아는 것을 이해하려 애쓰는 일일 겁니다. 우리는 지능의 고고학자가 되어, 우리를 능가한 시스템에서 의미를 발굴하려 할 겁니다.
바둑계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수를 배우고, 설명할 수 없는 패턴을 암기하며, 한때 인간 지성의 상징이었던 게임에서 기계의 보조자가 되었습니다.
AGI가 아니어도 충분합니다. 좁은 AI만으로도 우리의 일, 삶, 가치관은 근본적으로 바뀔 겁니다.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지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건 하나뿐입니다: 우리가 '정답'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
저는 33살, 8년차 직장인입니다. 제 경험이 미래에도 가치 있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언제든 무용해질 수 있음을 압니다. 중요한 건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 경험은 활용하되,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매몰비용으로 간주하고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먼저 온 미래"의 저자는 바둑계를 수년간 취재하며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됐다고 합니다: 우리는 잃고 나서야 무엇을 잃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바둑계는 이미 그 상실을 경험했습니다. 나머지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하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분야에서 이미 시작된 변화가 있나요? 아니면 아직 AI는 먼 이야기인가요? 5년 후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우리는 무엇을 잃었다고 느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