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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n 09. 2024

리사 펠드먼 배럿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법무사> 6월호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

https://ebook.kabl.kr/magazine/ebooks/202406/76/index.html

<법무사> 6월호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에 연재한 서평입니다.







“뇌는 네트워크다”

- 리사 펠트먼 배럿,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더퀘스트, 2021)     



쉽게 읽는 과학 도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 ‘인간의 뇌에 관한 가장 짧고 강력한 최고의 입문서’로 MIT 인공지능 연구자 렉스 프리드먼이 추천하는 책이다. 리사 펠드먼 배럿이 전하는 아주 짧고 강력한 뇌과학 강의를 글로 엮었으며, 뇌를 통해 인간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을 책 속에 담았다. 첫 장에서는 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방대한 진화사를 살짝 훔쳐보는 정도만 다루며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개념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7강까지는 뇌에 관해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제시하며 이것이 인간의 본성에 관해 무엇을 드러내는지 다룬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인간인지 또는 어떤 인간이기를 원하는지에 관해 생각”(15쪽)해 볼 수 있다.    


 

리사 펠트먼 배럿은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과학자 중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신경과학자다. 노스이스턴대학교의 석좌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도 재직 중이며, 하버드의대 ‘법·뇌·행동센터’의 수석과학책임자CSO다. 2019년 신경과학 분야에서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받았으며, 뇌와 감정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국립보건원 파이어니어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정서 편람》, 《정서의 심리적 구축》 등의 학술서를 공저했다. 한편으로 공영방송과 세계 여러 나라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의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벌레에서 진화해 아주아주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다. (...) 우리 뇌는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하며 수백 가지 경험을 만들어낸다. 하지만이 모든 정신적 활동은 신체예산을 잘 관리해서 당신을 살아있게 한다는 뇌의 핵심 임무가 낳은 결과물이다.”(31-32쪽)     



흔히 뇌의 중요한 임무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 오류를 지적한다. 우리의 뇌, 즉 머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 말고도 더 많은 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고 “신체예산을 잘 관리”(32쪽) 하는 것이다. 여기서 신체예산이란 과학적으로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를 의미하는데 이는 “몸에서 뭔가 필요할 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27쪽)하는 것을 뜻한다. 기억에서 환각까지, 황홀감에서 수치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뇌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몸의 신진대사 예산에서 자원을 넣거나 빼낸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뇌가 쉼 없이 신체를 운영하고 예측하며 생존하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당신의 뇌는 하나의 신경망, 곧 네트워크다. (...) 인터넷은 디바이스들을 연결한 네트워크다. 개미집은 터널로 연결된 지하 공간들의 네트워크다. 소셜네트워크는 연결된 사람들의 모임이다. 뇌로 말하자면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거대하고 유연한 구조로 연결된 네트워크다.”(59-60쪽)     



뇌에 관한 고민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뇌가 ‘심장을 위한 냉각실’이라고 믿었고, 뇌를 ‘자동차 라디에이터’ 같은 것으로 여겼다. 저자는 뇌에 대한 과거의 믿음에서 나아가 인간의 뇌가 “하나의 신경망, 곧 네트워크다”(59쪽)라고 전한다. 뇌로 말하자면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거대하고 유연한 구조로 연결된 네트워크”(60쪽)라는 것이다. 저자는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 1,280억 개의 개별 신경세포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으며 이 배치 전체를 뇌의 ‘배선wiring’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뇌 네트워크는 항상 켜져 있는 상태로 배선을 통해 서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의사소통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뇌 네트워크가 머릿속에 윤곽을 그리며 ‘나’라는 존재가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뇌과학, 심리학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는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학술검색에 등장하는 그녀의 수백 개 문헌 목록에서 제목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정서’다. 논문의 주된 제목이 ‘정서’인 것처럼 저자는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서도 “인간의 마음, 또는 인간의 뇌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240쪽)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의 두 귀 사이에 있는 3파운드(1.36킬로그램) 덩어리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부터 나아가 뇌가 만들어 낸 사회적 현실 세계에 대한 책임까지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아울러 이 책은 인간의 뇌에 관한 유익한 강의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해 뇌과학자에게 직접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히는 점이 장점이다. 단순히 뇌 과학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중추인 뇌를 흥미롭게 알아가고 ‘나’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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