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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Nov 09. 2023

걷자! 고양누리길 걷기 축제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나와 지구를 위해 걷자를 주제로 올해도 어김없이 고양시에서 실시하는 가을 걷기 축제가 열렸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출발해 10km 참가자는 행주산성 수변공원까지 25km 참가자는 북한산을 코 앞에 둔 지축 8단지 앞 창릉천변 소공원까지가 완주 지점이다.


작년에 아이들과 10km를 가볍게 걸었다. 각자 분주하게 보내는 일상에서 모처럼 네 가족이 함께 모여 길을 걷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해는 둘 다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우리 부부 두 사람만 참가했다.  이번엔 25km 참가를 신청했다. 돌이켜 보니 20km 이상의 장거리 걷기는 4년 만이다.

한동안 장거리 걷기 여행은 쉬었지만 평소 일산 호수공원과 뒷산 정발산 산책 등 가볍게 멀지 않은 주변을 꾸준히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5km 완주는 버겁게 느껴졌다.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준비가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몇 년 사이 걷기 근육이 많이 저하되었음을 실감했다.


걷기 출발지인 일산 호수공원은 신도시와 더불어 태어났다. 4.7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와 메타세콰이아길 등을 품은 9.1km의 산책로가 호수를 끼고 이어진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품은 만큼 나무와 숲 동물이 어우러저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 편리한 시설을 갖추었다. 한껏 물오른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하루쯤 쉬어가기에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출발지인 일산 호수공원

사전 신청자에게 보내는 안내 문자를 보여주면 번호표와 안내장 시리얼과 물 하나씩을 제공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고양 시민이 아니어도 참가할 수 있다. 간단한 준비체조를 마치고 집결지인 호수공원 주제광장에서 출발한다. 햇살이 잠깐 비치는가 싶으면 이내 구름이 덮어버리고 바람은 살랑이며 땀방울을 거두어가니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다. 걸으며 가을 수확을 앞둔 강변 농지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여유롭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에 발걸음은 경쾌하게 리듬을 맞춘다. 이 소리는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이맘때쯤이라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제2자유로와 고양 한강공원 행주 나루터를 지나 행주산성 수변공원에 이른다. 이곳에서 10km는 완주 기념행사를 마치고 해산한다. 25km 참가자는 각자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출발한다.  출발하자마자 길은 행주산성 외곽을 끼고 잠시 숲길을 오르내린다. 그리곤 강변 따라 놓인 수변데크로 길게 이어진다. 이후 길은 내내 창릉천 천변을 따라 걷는다.

행주산성 외곽 숲길

1920년에 세워진 조선시대 전통교량으로 고양에서 가장 예쁘고 오래되었다는 다리인 강매석교를 지나 삼송지구로 들어선다. 힘이 들면 이곳에서 지하철 삼송역으로 빠져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더러 빠지는 사람도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에 이르지만 사실 지친 상태라면 그 조금이라는 게 조금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무리해서 완주할 필요는 없다.


20km를 지나서는 거의 무아지경이다. 한동안 지칠 줄 모르고 수다를 떨며 걷던 사람들도 조용해졌다. 그저 앞사람 따라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는 발소리뿐이다. 해질 무렵 북한산보다 북한산이 더 잘 보이는 지축 8단지 창릉천변 소공원에 도착했다. 무사히 25km 완주다. 완보증과 따듯한 차 한잔, 달달한 크림이 들어간 큼직한  빵 하나에 다시금 생기를 찾았다.

걷기 근력이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이날 걸었던 길이 대부분이 포장도로였다. 무릎이며 발목 관절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전거길과 겹치는 구간이 많아 안전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날은 축제로 단체가 걸었기에 경찰도 나서서 인솔해 주었고 119 안전 요원도 뒤따라 주었다. 개인적으로 걷기에 그리 권할만한 길은 아니다. 일산 호수공원과 행주산성 주변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늘 없이 그대로 햇빛에 노출되는 길이기도 하다. 10km 지점까지가 무리되지 않고 적당하다 싶었다.


한동안 일상에서 코너에 몰리듯 힘든 일이 겹쳤다. 머리는 생각으로 묵직했고 가슴은 답답했다. 나는 습관처럼 생각이 복잡하거나 고민이 생기면 걷기에 나선다. 걷다 보면 크게 느껴졌던 일도 별것 아닌 게 되고 실타래 풀리듯 고민도 해결이 된다. 복잡했던 생각이 단순해진다. 그래서 걷기는 몸도 건강해지지만 정신적인 치유도 따른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코스모스 군락이 있는 창릉 천변

다녀와 양 발바닥에 큼지막한 물집이 생겼다. 하루 이틀 고생은 했지만 나의 건강을 지키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일에 동참했다는 뿌듯함도 남았다. 모든 게 감사함으로 다가왔던 어느 가을날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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