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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Oct 20. 2023

파주 심학산 둘레길 걷고 출판도시 지혜의 숲으로

가을 나들이 하기 좋은 곳

나의 경기도 소식지에 올라온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이 눈길을 끌었다. 전에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내가 즐겨 찾는 파주  심학산 둘레길과 함께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에 바로 다음날로 나섰다. 집에서 차로 30분이면 닿는 거리라서 가볍게 하루 코스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파주 심학산은 동서로 길쭉하게 뻗은 높이 194m의 야트막한 산이다. 이 산의 7부 능선 따라 약 6.8km를 둘레길로 조성해 놓았다. 산길이지만 폭도 넓은 편이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걷기도 홀로 사색하며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전체적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며 기 좋은 길이라 주변 신도시 주민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봄에는 꽃들이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무성한 숲을 이루는 여름, 사색하며 걷기 좋은 가을, 나목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등에 업고 걷는 겨울, 그러니 사계절 언제 찾아도 매력적인 곳이다.



평일 아침이라도 어느 사이 주차장엔 차들이 거의 다 차있다. 약천사가 있는 주차장은 늘 이렇게 붐비는 곳이다. 높이 13m에 이르는 약천사의 거대한 통일약사여래대불을 뒤로하고 둘레길로 접어든다. 처음이라면 잠시 약천사 경내를 둘러보고 절 마당에 있는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출발해도 좋겠다.


통일의 염원을 담은 약사여래대불이 있는 약천사

선선하고 맑은 숲의 공기로 호흡하며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전에 걸었던 코스와 반대방향으로 출발했다. 둘레길을 걷다가 정상에 오르는 길도 여러 곳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 오르는 길도 새로운 길로 올라봤다. 배밭정자에서 오르는 길보다 완만하게 오르기 좋은 만큼 조금 길게 올라야 한다. 어느 방향에서 올라도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정상 정자에 이르면 사방으로 탁 트이는 주변 경관이 펼쳐진다.

파주 운정 신도시, 공릉천, 자유로, 한강, 통일전망대, 김포 문수산과 한강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고양시, 일산대교, 금촌, 탄현 등을 시원하게 내려다보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와 둘레길을 이어 걷다 보면 낙조 전망대에서도 발길을 멈추게 된다.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지만 파주 출판단지, 한강 너머 김포 문수산과 북녘땅까지 파노라마로 전망이 펼쳐지는 곳이라서다.


낙조대에서 바라본 한강 너머 김포와 오른쪽 끝 북녘땅

정상에도 오르고 쉬엄쉬엄 여유롭게 걸어 약천사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세 시간 정도 소요됐다.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출발점 주차장이 몇 곳 있지만 화장실과 흙먼지털이기도 갖추고 있고 바로 아래에 식당가가 있어 늘 약천사 주차장을 이용한다.



아래쪽 식당가에서 점심으로 모처럼 도토리 비빔국수 한 그릇이 먹고 싶었다. 점심시간에 맞추어가니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 한다. 유일하게 도토리 요리 전문집이라서인지 늘 붐비는 곳이지만 이렇게 대기하면서까지 먹을 만큼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다. 지난번 왔을 때 도토리 비빔국수에 달콤하고 시원한 배가 푸짐하게 들어있어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먹고 싶은 욕구를 누르지 못하고 기다렸는데 올해는 배맛도 그다지 달지 않고 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라서 다음엔 줄 서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메뉴 또한 도토리 비빔국수만 있는 건 아니다. 토토리  묵무침, 도토리 전, 도토리수제비 등 다양한 도토리 요리들을 선택할 수 있다.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


조수석에 앉으면 되니 모주 한 잔을 곁들여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다. 잔으로 파는 이 식당의 모주는 아주 마음에 든다. 이제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지혜의 숲으로 가보기로 한다. 식당가에서 약 2.7km 떨어진 거리라서 걸어서 가도 되지만 혼잡하고 공간이 부족한 식당가에 오래 주차하기도 미안하니 그냥 차로 이동했다.


지혜의 숲에 들어서니 높은 천장에까지 이를 정도로 사방벽을 가득 채운 도서들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저 높이 있는 책은 어떻게 닿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지혜의 숲은 2014년 명사들의 가치 있는 서적을 보호하기 위해 출판도시 문화재단이 지은 개방형 도서관이다. 과연 지혜의 숲이라 불릴 만큼 학자와 지식인들이 기증한 책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출판사들이 판한 책들이 그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중앙에 넓게 자리한 카페도 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서점도 자리한다.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천장이 높아 불빛이 밝은 편이 아니라 오래 책을 읽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지혜의 숲 내부에 있는 카페와 서점


밖으로 나와 이어진 옆 건물로 가보았다. 라이브러리 스테이 지지향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알게 됐다. 대형 공연과 박람회, 인문학 강연 및 워크숍, 출판도시 체험 프로그램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건물 외형이나 구조로 보아 그곳에 객실이 있다는 게 의외였다. 친환경 소재의 침구류와 천연목 가구로 구성한 객실은 개별적으로 예약하고 이용이 가능하다.



굳이 책 한 권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되겠다. 가을 어느 날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이 도시의 골목과 카페 공원 등 구석구석을 어슬렁거려보고 싶다.


파주 심학산 둘레길 주차 무료

지혜의 숲 주차 유료/시간당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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