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겨울

집을 짓고 맞이하는 첫겨울

by 바람의 영혼

집을 짓고 농촌에서 첫겨울을 보내고 있다. 아직 이사는 하지 않았기에 겨울 내내 이 집에서 보내는 건 아니다. 단독 주택이다 보니 겨울철 보일러도 걱정되고 농촌은 1년간 진행할 대부분의 행정업무나 농업 관련 다양한 교육 등이 12월에서 2월 사이에 이루어진다. 필요한 교육도 받으러 다니고 행정 업무도 처리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역난방인 도시의 아파트와 비교하면 이곳의 난방비는 폭탄 수준이다. 집 지을 때 단열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워낙 추운 지역이라 그런지 열흘 정도 사용한 가스비 청구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안에서도 옷을 따듯하게 입고 도시 보다 실내 온도를 7~10도 정도 낮추고 지냈음에도 그렇다.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소소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온종일 쉼 없이 내리는 눈도 처음 맞이해 보았다. 그렇게 눈이 내리는 날은 아침 운동을 눈 치우기로 대신했다. 마을 큰 길만 제설 작업을 하고 내 집 앞이나 큰길로 이어지는 도로는 각자 치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 이웃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길은 눈을 치우는 것도 함께 해야 한다. 처음엔 운동 삼아 신나게 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내리니 외출도 걱정이 되고 눈을 치우는 일도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설이 내리는 산골의 설경은 굳이 설국 찾아 나설 필요가 없을 만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집안에서 온종일 독서 삼매경에도 빠지고 차 한잔 마시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여유로운 일상이었지라며 흐뭇함이 밀려온다.

시골 마을에 조붓한 오솔길 하나 없는 게 아쉬웠었다. 겨울에 마을길을 이리저리 다녀보기는 처음이다. 집이 드문 드문 있는 좁은 도로와 하얀 캔버스가 된 드넓은 밭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고 동물 발자국만 남겨졌다. 사위는 고요하고 푹푹 빠져드는 눈 위에 내 발자국도 남기며 나만의 산책길을 발견했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다음날은 집 근처 산으로 올랐다. 그곳 또한 동물 발자국뿐 온통 하얀 세상, 청량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발걸음을 가볍게 이끈다. 마을로 내려와도 밭에 농작물도 없고 온통 눈으로 덮인 이 산에서 동물들은 어디서 먹거리를 찾을까? 문득 짠한 생각이 들었다. 마침 고라니 한 마리가 바삐 뛰어간다. 우리를 발견하고 달아나는 듯하다.

책 읽는 흥미가 없었더라면 이 적막한 산골의 겨울을 어찌 보낼까 싶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둘 다 독서를 즐기니 읽어보고 괜찮은 도서는 서로 추천도 하고 토론도 하며 지낸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지금껏 집안에 TV 없이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 중이다. 산골에서 폭설로 몇 날 며칠 집안에 갇힐 수도 있겠구나. 그럴 때 우리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나 영화 스포츠 정도라도 즐기면 좋겠다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