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뜻밖의 살냥꾼

by 부지깽이

모카가 구조된 다음 날 아침, 모카네 아줌마는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누가 우리 아파트 길냥이 가족에게 농약 탄 사료를 먹였어요. 어미 고양이는 죽었고, 새끼들도… 한 마리만 겨우 살아 남았어요.”


경찰이 출동해 주민들을 조사했지만 목격자는 없었고, 낡은 아파트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CCTV가 하나도 없었다. 모카네 아줌마는 어젯밤 엄마 고양이 그릇에 남은 사료를 봉지에 담아 둔 것을 경찰에 제출했다.


그날 밤, 허둥이는 탐정처럼 움직였다.

아파트 주변을 맴돌며 수풀을 뒤지고, 사람들의 동선을 살폈다. 이튿날도 같은 방식으로 주변을 살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사흘째 되는 날 저녁이었다.

모카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진 허둥이는 1층 베란다 옆 나무 위에 올라가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작고 낯선 울음소리가 들렸다.

“야아…”

허둥이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 소리는 허둥이가 앉아 있던 나무 바로 위, 모카네 집 2층에서 들려왔다.

허둥이는 살금살금 올라가 나뭇잎 사이로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창문 너머, 거실 한복판.

한 노인이 검은 비닐봉지를 열어 작은 새끼 고양이를 꺼냈다. 그리고, 응급실 로고가 새겨진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뭐지…? 헉!!!”

허둥이는 숨을 삼켰다.



노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새끼 고양이에게 주사를 놓았고, 고양이는 울지도 못하고 축 늘어졌다. 노인은 잠시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탁—하고 닫혔다.


그 순간, 허둥이의 목에 걸린 거울이 작게 울리고 강하게 떨렸다. 전생 거울은 울리는 소리는 같았지만, 진동은 달랐다.

허둥이는 깨달았다. 떨림의 세기는 죽어가는 고양이와의 거리와 반비례한다는 것을.


허둥이가 거실로 뛰어들어 새끼 고양이를 살피고 있을 때, 거울이 두 번째로 울렸고 지둥이가 소리없이 나타났다.


잠시 후, 새끼 고양이의 몸 위로 작은 영혼이 떠올랐다.

허둥이는 고개를 숙였고, 지둥이는 영혼을 안아 들었다. 지둥이는 허둥이 곁을 지나며 아주 가볍게, 꼬리끝을 툭 건드렸다.

허둥이가 고개를 들었다. 둘은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허둥이는 이를 악물었다.

거실 바닥에 있던 주사기를 물고 나무 위로 뛰어올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모카네 집 앞에 도착한 그는 주사기를 내려놓고 목청을 높여 울었다

“야옹… 냐아옹…”


현관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허둥이는 잽싸게 계단 뒤로 몸을 숨겼다. 아줌마가 문을 열고 발치에 놓인 주사기를 발견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이 주사기, 설마…”


며칠 전, 상남이가 아팠을 때였다.

아줌마는 2층으로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고, 동물병원을 운영했다는 노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노인은 말없이 왕진가방을 들고 내려왔다.

상남이를 진찰한 뒤 능숙한 손놀림으로 주사를 놓았다.

친절한 말투, 늘 웃는 얼굴….

하지만 그 웃음 너머로 어딘가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

그리고 지금, 그 섬뜩한 미소가 불쑥 아줌마의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아줌마는 경찰을 다시 불렀다.

“이 주사기가 문 앞에 있었어요. 2층 수의사 할아버지가 쓰던 것 같아요.”

경찰은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아줌마는 주저하다가 그 뒤를 따라나섰다.


2층 집 초인종은 고장 나 있었다.

경찰이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런데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살짝,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경찰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 바닥 한가운데,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축 늘어진 채 누워 있었다. 경찰은 고양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조심스레 고양이를 살폈다.

작은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안방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자, 한 노인이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입가엔 희미한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그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연행되었다.


다음 날, 아파트는 온종일 떠들썩했다.

“그 노인, 옛날에 늦둥이 아들이 있었대.”

“네 살쯤에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죽었는데, 폐에서 고양이 털이 나왔대.”

“그날 고양이도 죽었대. 목이… 졸린 채.”

“부인이랑도 이혼하고, 병원도 문 닫고… 그래서 여기로 왔대.”


며칠 후, 이삿짐센터 트럭이 그 집 앞에 도착했다. 상자 몇 개와 낡은 가구 몇 점만 실렸다.

블라인드가 내려진 창문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는 더 이상 비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아줌마는 무릎 위에 앉은 모카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주사기는… 누가 갖다 놨을까?”

베란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던 허둥이가 씨익 웃고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그날 밤, 허둥이가 찜질방에 돌아왔을 때,

지둥이는 사료 그릇에 머리를 박은 채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다.

허둥이가 흠흠~ 헛기침을 하며 다가가자,

지둥이가 고개를 번쩍 들고 물었다.

“어떻게 됐어?”


허둥이는 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그 말이 진짜더라.”


지둥이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점 카운터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그냥이도 조용히 일어나 그릇을 들고 와서 허둥이 곁에 앉았다.

그릇엔 고등어 한 토막이 담겨 있었다.


“앗! 고등어다… 왜 전 안 주고 얘만 줘요?”

지둥이가 짐짓 화난 말투로 따져 물었다.

“넌 아까 먹었잖아!”

그냥이가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허둥이가 지둥이를 째려봤지만, 서운하거나 얄밉진 않은 것 같았다.


지둥이는 천장을 올려다 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허둥이는 고등어 뼈를 오도독 오도독 씹으며 모카를 생각했다.


댕~ 댕~

벽시계가 열두 시를 알리자 지둥이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허둥이는 그릇을 정리하며 혼잣말을 했다.

“모카 녀석, 잘 살아야 할 텐데…”

그냥이는 조용히 일어나 매점의 불을 하나씩, 천천히 껐다.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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