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무리에서 그는 ‘꼬맹이’로 불렸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몸집이 작고, 말수도 적어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컷이었다.
그는 언제나 ‘파랑’만 바라봤다.
그녀는 무리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예쁜 암컷이었다. 부드러운 은회색 털에, 작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같이 파란 눈을 가졌다.
파랑은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도도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마음이 여렸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고백을 받아주면 다른 고양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그게 늘 겁이 났다.
그런 파랑을,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그냥 도도하다고만 생각했다. 몇몇 수컷들은 마음을 전하러 다가왔다가 한두 번 거절당하면 금세 돌아섰다. 파랑의 진짜 마음을 알려고 하는 고양이는 없었다.
하지만 꼬맹이는 달랐다. 예쁜 실뭉치 하나, 햇빛에 반짝이는 유리 구슬 하나. 꼬맹이는 그런 것들을 물어다 파랑 앞에 조심스럽게 놓곤 했다.
파랑이 다친 날엔 곁에서 밤새 그녀를 돌봤다. 상처난 곳을 핥아주고, 조그만 몸으로 차가운 바람을 막았다.
파랑은 천천히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 조심스럽게 말했다.
“꼬맹아, 저기… 오늘 밤, 공원에서 잠깐 볼래?”
꼬맹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약속 시간 한참 전부터 공원에 나가 그녀를 기다렸다.
꼬맹이는 가로등 아래, 낙엽이 소복이 쌓인 곳에 앉아 있었다. 멀리서 파랑이 찻길을 건너오는 모습이 보였다.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파랑을 보며 꼬맹이의 심장은 터질 듯 두근거렸고, 눈은 설렘으로 반짝거렸다.
그때였다. 도로 반대편에서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 꼬맹이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안 돼!”
그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파랑이에게 뛰어갔다.
스포츠카가 파랑을 덮치기 직전, 꼬맹이는 펄쩍 뛰어올라 운전자의 얼굴을 할퀴었다. 깜짝 놀란 운전자는 핸들을 꺾으며 팔을 크게 휘둘러 꼬맹이를 쳐냈다.
꼬맹이의 몸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이내 맞은편에서 달리던 트럭의 앞 유리에 강하게 부딪힌 후, 그대로 파랑의 발밑에 떨어졌다.
“안 돼… 꼬맹아… 일어나 봐… 제발…”
그때, 허둥이와 지둥이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허둥이는 파랑을 도로 바깥으로 데리고 나와 꼭 안아주었다. 지둥이도 서둘러 꼬맹이의 몸을 끌어냈다.
그의 작은 몸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잠시 후, 그 몸에서 희미한 연기 같은 영혼이 두둥실 떠올랐다.
지둥이와 함께 발걸음을 옮기던 꼬맹이가 속삭였다.
“파랑이에게 전해 줘… 고마웠다고… 내 마음에 파도쳐 줘서….”
지둥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랑아, 꼬맹이가… 전해 달래. 자기 마음에 파도쳐 줘서 고마웠대….”
허둥이 품에 안겨 흐느끼던 파랑이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꼬맹아! 나도 고마웠어.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
그날 밤, 찜질방 1층.
허둥이와 지둥이, 그냥이가 나란히 앉아 사료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이가 입을 오물거리며 물었다.
“그 둘의 전생은 뭐였어?”
지둥이도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허둥이를 바라봤다.
허둥이는 말없이 사료를 씹다가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거울을 안 비췄어.”
“엥? 왜?”
지둥이의 눈이 동그래졌고, 허둥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어. 오늘은… 둘의 전생이 아니라 다음 생을 보고 싶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냥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지나간 삶이 전부는 아니지.”
그리고는 사료통에서 작은 생선 하나를 꺼냈다. 셋은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나누어 먹었다.
그날 밤, 찜질방에는 꼬맹이의 못다 이룬 사랑이 잔잔한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