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엄마 고양이의 전생은?

by 부지깽이

허둥이와 지둥이가 찜질방에 온 지 세 번째 날이 밝았다. 허둥이는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허둥이는 원래 아침 일찍 이승으로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어젯밤 허둥이가 막내 고양이를 품고 추운 밤을 견딘 걸 아는 그냥이가 일부러 깨우지 않았다.


헉—

시계를 본 허둥이는 깜짝 놀라 황급히 나가려다가, 2층 계단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발을 멈췄다.


어제 화단에서 죽은 고양이들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엄마 고양이는 매점에 와서 그냥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먹을 것 좀 있을까요? 무지개다리 건너기 전에 아이들 배라도 좀 채워주고 싶어서요….”


그냥이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여긴 마지막 쉼터잖아요. 뭐든 공짜랍니다.”

그리고는 엄마 고양이에게는 잘 구운 고등어 한 마리를, 새끼들에겐 츄르와 말린 황태 큐브를 그릇 가득 담아 건넸다.


엄마 고양이와 새끼들은 조용히 마지막 식사를 시작했다. 새끼들은 작은 입으로 츄르를 핥고 황태 큐브를 오물조물 씹었고, 엄마 고양이는 고등어 살점을 발라 새끼들과 나눠 먹었다.


그냥이는 그들 곁에 앉아 새끼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온 허둥이도 새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새끼들은 입가에 츄르를 묻힌 채 “냐옹~ 냐옹…” 하고 웃었다.


그 순간, 엄마 고양이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사료에, 농약을 넣은 것 같아요. 우린 그걸 먹고…”

그녀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너무 억울해요. 저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엄마 고양이의 눈에 맺힌 이슬방울이 툭 떨어졌다.


그냥이도, 허둥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허둥이는 퍼뜩 자신의 목에 걸린 거울을 떠올렸다. 허둥이는 엄마 고양이에게 전생 거울을 조심스레 비췄다.


잠시 후, 전생 거울 속에 뜬 흐릿한 영상이 서서히 선명해졌다.

먼 옛날. 엄마 고양이는 곡식창고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밤마다 쥐덫을 놓고, 잠도 제대로 못 자 가며 창고를 지켰다. 하지만 쥐떼는 계속 들끓었고, 곡식은 점점 줄어들었다.


고양이 세 마리를 풀어놓았지만 소용 없었다

그녀는 고심 끝에 먹다 남은 고깃덩이에 독을 발라 놓았다. 다음날 아침, 쥐들은 대부분 죽어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들도 창고 한켠에 쓰러져 있었다.

세 마리 모두, 독이 발라진 고기를 먹은 것이었다

그 장면을 끝으로 전생 거울은 천천히 흐려졌다.



엄마 고양이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게… 나였군요…”

허둥이와 그냥이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엄마 고양이는 고등어를 반쯤 남겨둔 채 새끼들에게 말했다.

“이제 가야겠구나….”

그녀는 새끼들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2층 베란다 창문 너머로 조용히 무지개가 걸렸다.


허둥이는 그냥이가 싸준 도시락을 입에 물고 이승으로 내려와 이곳저곳을 느릿느릿 돌아다녔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나무에 올라가 낮잠을 잤다.

“저승에서 살던 때보다 낫군.” 허둥이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담장을 따라 걷다 갑자기 튀어나온 들개 무리에 쫓기기도 했다. 허겁지겁 담벼락 위로 올라가 겨우 몸을 피하고 숨을 헐떡였다.

“아이쿠! 큰일 날 뻔 했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갈 때 허둥이는 나무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어제 막내 고양이를 데리고 간 그 집 베란다 옆에 있는 나무였다. 그냥이에게는 오늘은 조금 늦게 가겠다고 미리 말해 뒀다.

“막내 고양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가야지.”

창문 너머로 집 안이 보였다.


가족들은 저녁식사 중이었다.

거실 한쪽 고양이 밥그릇에도 사료가 듬뿍 들어 있었고, 상남이, 미남이, 밍꼬가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어제 데려온 막내 고양이는 막내딸 재윤이의 품에 안겨 있었다. 재윤이는 고양이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었고,

아줌마는 작은 숟가락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떠서

고양이의 입에 조심조심 넣어주고 있었다.


아저씨가 전기그릴에 삼겹살을 구우며 말했다.

“요녀석, 정말 불쌍해. 엄마랑 형제들을 하루아침에 다 잃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어서 건강해져야 할 텐데요.”

아줌마가 우유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때, 삼겹살을 우물거리던 큰딸 나윤이가 물었다.

“엄마, 얘 이름을 뭐라고 부를까? 막내? 망고?”

재윤이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얘 이름은 모카야. 털 색깔 봐, 모카라떼 같잖아.”

아줌마도, 아저씨도, 나윤이도

“아하! 모카, 이름 이쁘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둥이도 살며시 속삭였다.

“모카라… 괜찮네.”


돌아가려던 허둥이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모카는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허둥이는 조심스럽게 목에 걸린 전생 거울을 모카에게 비춰보았다.


하지만 거울 속은 희미하기만 할 뿐,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응? 뭐지?”

허둥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조용히 찜질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찜질방으로 돌아온 허둥이는 그냥이 옆에서 매점 일을 도왔다. 죽은 고양이들의 영혼을 인도하고 내려온 승냥이들이 테이블에 앉으면 그냥이가 사료를 담고, 허둥이는 그것을 갖다 주었다.

그렇게 찜질방의 밤은 깊어갔다.


11시 30분이 되자, 지둥이가 어슬렁어슬렁 1층으로 올라왔다. 익숙한 걸음으로 테이블에 앉자 허둥이도 그 옆에 털썩 자리를 잡았다. 그냥이도 사료가 담긴 그릇 두 개를 툭 내려놓고 옆에 앉았다.


“어서 말해! 뜸들이지 말고.”

그냥이가 허둥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막내 고양이, 그러니까 모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허둥이는 사료를 오물조물 씹으며 오늘 본 모카의 모습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지둥이와 그냥이는 얼굴이 환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허둥이는 들개 떼에게 쫓긴 이야기도 좀 과장해서 덧붙였다.

“지둥이, 너였으면… 잡아먹혔을걸?”

지둥이는 코웃음을 치면서도 “앞으론 조심해. 진짜 위험해.”

그냥이도 진지하게 말했다.

“들개 떼는 무서워. 보이면 무조건 높은 데로 올라가. 알았지?”


셋은 사료를 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허둥이가 문득 생각난 듯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모카 말야. 오늘 거울에 비춰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어.”


지둥이가 거울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 거울, 고장난 거 아냐?”

“아냐. 아까 승냥이들한테 비춰봤는데 멀쩡했어.”


지둥이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참 이상하네… 음, 그럼 나 한 번 비춰봐.

너도 내 전생 궁금하잖아.”


허둥이는 눈을 흘기며 지둥이의 머리를 툭 쳤다.

“야! 염라 씨가 말한 거 까먹었어? 이 거울, 우리한테는 반응 안 해.”

“아, 맞다.”

지둥이가 킥킥 웃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염라씨가 하나 더 말하지 않았어?

반응 안 하는 고양이가 두 마리 더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 맞아. 한 마리는 모카고… 다른 한 마리는 누구지?”


그 순간, 지둥이가 장난치듯 전생 거울을 그냥이에게 들이댔다. 거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셋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봤다.


그냥이도,

허둥이도,

지둥이도

말없이 숨을 삼켰다.


그때, 벽시계가 댕~ 댕~ 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열두 시였다.

지둥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하로 내려갔고,

허둥이는 거울을 손에 쥔 채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냥이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허둥이를 바라 보았다.


그날 밤, 찜질방엔 어딘가 기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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