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무렵.
허둥이와 지둥이는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허둥이는 오늘도 모카가 잘 지내나 보려고 베란다 옆 나무 위에 올라갔다. 그때 전생 거울이 울렸다. 진동이 강한 걸 보니 가까운 곳이었다.
허둥이가 뛰어가서 도착한 곳은 아파트 옆에 있는 학교였다. 창고 뒤쪽 시멘트 바닥에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거울이 한 번 더 울렸고, 어느새 나타난 지둥이가 나직이 말했다.
“할부냥이네…”
지둥이는 조심스럽게 그 옆에 앉았다.
그 순간,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한 할부냥의 영혼이 애타게 중얼거렸다.
“아직… 안 왔어.”
“예? 누가요?”
“꼭 따라온다고 했는데…”
그날 밤 11시 30분.
지둥이가 찜질방 1층으로 올라왔을 때, 평소 허둥이와 마주 앉던 작은 테이블은 고양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 뭐지?”
지둥이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 곳에는 허둥이, 그냥이, 그리고 오늘 저녁 자신이 길을 안내했던 할부냥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할부냥 옆에 처음 보는 암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지둥이는 허둥이를 향해 슬쩍 고개를 젖히고 눈으로 물었다.
‘누구…?’
허둥이가 몸을 살짝 기울이며 대답했다.
“할머냥이야. 네가 할부냥 영혼을 데려간 직후에 오셨어. 너무 슬프게 우시더라. 그냥 두면 곧 돌아가실 것 같아서… 내가 모시고 왔어.”
그러고는 작게 웃으며 덧붙였다.
“… 모시고 온 게 아니라, 도저히 떼놓고 올 수가 없었어.”
지둥이는 당황해서 그냥이를 바라보았다.
‘이래도 돼요?’ 하는 표정이었다.
그냥이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지둥이를 째려봤다.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지둥이가 어이없어하자 허둥이가 입을 열었다.
“네가 사라지고 얼마 후 승냥이가 나타났어. 할머냥을 데려가려고…. 그런데 명부에 적힌 시간이 지나도 할머냥은 돌아가시지 않았어.”
“응? 그래서…?”
“할머냥의 영혼이 떠오르지 않자 승냥이가 많이 당황했지.”
허둥이는 말린 황태포를 오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때 할머냥이 말씀하셨어. ‘난 이 세계에서 주술사였어. 많은 영혼들을 만나다 보니 무지개다리 시스템을 알게 됐지. 나는 그 시스템을 거역하려는 게 아니야. 다만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시간을 줘’라고 말야.”
“하루…?”
“응… 승냥이는 사라졌고, 내가 그냥… 여기로 모셔왔어.”
할머냥은 그냥이가 내준 따뜻한 차를 한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나랑 이이는… 작년에 처음 만났어. 냥생의 황혼기였지.”
그녀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떠올랐다. 곧 이어, 잔잔한 고백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우린, 정말 뜨겁게 사랑했어. 꺼져가는 촛불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이… 그런데 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아기가 생겼어.”
그녀는 흠흠―기침을 하며 멋쩍게 웃었다.
“이 나이에 무슨 주책인지. 그래도… 그 아이는 우리에겐 정말 소중한 존재였어.”
잠시 말을 멈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런데 사흘 전에… 잃어버렸어.”
할부냥은 고개를 숙였고, 셋의 눈이 커졌다.
“그날은… 아파트 장날이었어. 장날엔 사람들 인심이 후해서 먹을 것도 많고… 웃음도 끊이지 않지. 우리 셋은 장터를 한 바퀴 돌며 간식을 실컷 얻어먹었지. 돈가스 꼬다리며, 치킨 날개며, 살코기 붙은 족발까지…그런데… 어느 사이에 우리 애가 사라졌어.”
할머냥은 찻잔을 내려놓고, 앞발을 꼭 모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어.”
그녀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나는 주술사였잖니. 알고 있었어. 오늘이… 이이가 죽는 날이라는 걸. 내가 내일 죽는다는 것도….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이랑 아이랑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녀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할머냥의 얘기가 끝나자―
허둥이는 눈물범벅이 되어 발끝만 꼼지락거렸고, 지둥이는 무거운 슬픔에 눈썹과 수염이 아래로 축 처졌다.
그때, 벽에 걸린 괘종시계도 댕~ 댕~ 댕~ 울었다. 밤 열두 시였다. 지둥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지하로 향했다.
할부냥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2층 쉼터로 올라갔다. 할머냥은 얼룩진 얼굴을 닦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테이블 위엔 할머냥이 먹다 남은 고등어죽과 깊은 침묵만 감돌았다.
그때, 그냥이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허둥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허둥이가 돌아보자, 그냥이는 종이에 싼 고등어 한 마리를 내밀었다.
“뭐예요… 이걸로 어쩌라구요?”
그냥이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나가! 나가서 새끼 찾아서 데려와. 할부냥 무지개다리 건너시기 전에…”
허둥이는 어이가 없었지만, 무언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쪽으로 걸어가던 허둥이의 발 앞에 뭔가 툭 떨어졌다. 그냥이가 입고 있던 패딩조끼였다. 허둥이가 뒤를 돌아보자, 그냥이가 식기를 치우면서 말했다.
“입고 가! 감기 걸리지 말고…"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