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모카와 삼겹살

by 부지깽이

요즘 허둥이는 저녁때만 되면 모카네 집 베란다 옆 나무 위로 폴짝 뛰어올라 창문에 입김을 호~ 불고, 앞발로 콩~ 출근도장을 찍었다.


나무 위에 앉아 거실을 내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곳엔 한 달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진 모카가 즐겁게 놀고 있었다.

한 달 사이에 몰라지게 건강해지고 예뻐진 모카.


모카는 아주 잘 지내고 있었다.

녀석은 아저씨와 아줌마, 큰딸 나윤이와 작은딸 재윤이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리고 상남이-미남이 오빠와 밍꼬 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 가족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다. 특히 재윤이는 모카를 무척 잘 챙겼다. 그럴 만도 했다. 재윤이도, 나윤이도 입양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모카를 바라보는 자매들의 눈빛에는 닮은 듯 다른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모카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녀석은 사료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맛있는 통조림이나 달콤한 츄르도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모카는―

식사시간이면 식탁 옆에 앉아 동그란 눈을 꿈벅였다.

녀석의 표정은 마치 아주 오랫동안 배고픔에 시달린 길냥이 같았다. 가족들은 하하~ 호호~ 웃으면서 녀석에게 맛있는 고기나 생선을 떼 주었고, 녀석은 그것들을 낼름 입으로 가져가 맛있게 오물거렸다.


그날 저녁, 식탁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삼겹살이 올라왔다. 아저씨가 동그란 불판에 지글지글 고기를 노릇노릇하게 구워 가져왔을 때, 모카는 이미 자기 자리(?)에 떡하니 앉아 눈을 반쯤 감고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 앞에 앉은 녀석의 표정은 늘 진지했으며 자세는 당당했다. 마치 가족 중 한 명인 듯 보였다.

재윤이는 재빨리 작은 고기 한 점을 호호~ 불어 모카의 입에 쏙~ 넣어줬다.



그때 아저씨가 한마디 했다.

“이 녀석은 어째 사료는 안 먹고, 사람 먹는 것만 먹는지 모르겠군.”


그 말에 재윤이가 아빠의 팔뚝을 세게 꼬집었다.

“아빠, 쉿! 모카 들어. 아빤 정말…”

재윤이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윤이도 말을 보탰다.

“아빠, 모카 사료 트라우마 있잖아!”


아줌마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뒤늦게 생각난 듯 이마를 탁 쳤다.

“아이고, 맞다! 우리 모카가 그랬지.”

그러고는 삼겹살 한 점을 작게 잘라 모카 전용 밥그릇에 올려 주었다.


모카는 그제야 한쪽 눈을 찡긋하고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게 ‘윙크’란 걸 녀석은 너무 잘 알았다.


“냐아옹~”

“아이구 요 녀석~”

“호호호~”

“히히히~”


나무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둥이는 꼬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하하! 모카 녀석, 부럽네…”



그날 밤, 찜질방.

허둥이는 사료 한 알을 앞에 둔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그러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 삼겹살, 먹고 싶다!”


옆에 있던 지둥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삼겹살? 그게 뭐야?”

허둥이는 꼬리를 말아 쥐고 오늘 저녁 모카네 식탁 풍경을 들려주었다.


허둥이의 맛있고 따뜻한 이야기가 끝났을 때,

지둥이는 저도 모르게 사료그릇을 내려다 보았고, 카운터에 앉아 있던 그냥이도 특식 서랍을 살짝 열어 보았다.


잠시 후, 허둥이가 혼잣말처럼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삼겹살, 정말 맛있어 보였어.”

지둥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우리도… 그거 먹을 수 있을까?”


그 순간, 그냥이가 앞발로 카운터를 탁―치며 외쳤다.

“다음번 특식은 삼겹살이다!”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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