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귀여울 땐 가족… 귀찮을 땐 가축

by 부지깽이

그 고양이는 아름다운 샴 고양이였다.

귀와 꼬리는 짙은 갈색을 띠었고, 푸른 눈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눈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어 더욱 특별해 보였다.

가족들의 넘치는 사랑 속에서 자라난 듯, 샴의 털은 맑고 윤기가 흘렀다.


샴은 늘 사람들의 따뜻한 품 안에서 지냈다.

매일 매일 “넌 우리 가족이야”라는 다정한 말을 들었다.

누군가의 무릎 위에서, 부드러운 손길 속에서 잠드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샴이 낮잠을 자는 동안 가족들은 말없이 떠나버렸다.

샴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잠에서 깨어났다.

집 안은 이상하게 조용했고, 자신만 덩그라니 남아 있는 것을 느꼈다.


가족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현관문은 닫혀 있었고, 거실 베란다 창문만 조금 열려 있었다. 그런데 밥그릇에는 늘 먹던 양보다 훨씬 많은 사료가 들어 있었다.


샴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가족들이 곧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흘렀다. 사흘째 되는 날에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배가 너무 고팠지만, 샴은 창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평생을 집 안에서만 살았던 그에게 아파트 3층에서 뛰어내릴 용기는 없었다. 베란다 앞에 나무가 보였지만, 뛰어서 닿기에는 너무 멀었다.


샴의 기다림은 점점 불안으로 변했고, 그 불안은 마침내 서러운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결국, 샴은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파르르―

오늘도 모카네 베란다 옆 나무 위에 앉아 집안을 구경하던 허둥이의 목에 걸린 전생 거울이 작게 울렸다. 가느다란 진동이 온몸에 전해졌다. 허둥이는 나무에서 뛰어내려 진동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새로 지은 아파트였다.

진동은 아파트 3층에서 울리고 있었다. 허둥이는 망설임 없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창문 안으로 폴짝 뛰어들었다.


거실 한쪽 구석에 샴이 숨을 헐떡이며 엎드려 있었다.

저녁 놀은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곧이어 지둥이가 소리 없이 스르르― 나타났다.


지둥이를 본 샴이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럴 리 없어. 돌아올 거야. 가족이잖아….”


그때였다. 베란다 창문 틈으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폴짝 뛰어 들어왔다.

“아냐. 안 돌아와. 이 집 사람들, 사흘 전에 도망쳤어. 우편함엔 빚 독촉장뿐이라고.”


샴은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 없어. 가족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아….”

그 말끝에, 허둥이는 조심스럽게 목에 걸린 전생 거울을 꺼내 샴에게 비췄다.


희미하게 빛나는 거울 속에, 아주 오래 전 다른 생을 살던 샴의 모습이 보였다.

그곳에는 배고픔에 지친 얼굴로 늙은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산 속 깊은 곳에 내려놓고 돌아서는 사내가 있었다.


“미안하구나… 마지막까지 짐만 돼서… 호랑이 조심해서 잘 내려가거라.”

어머니의 마지막 한 마디가 사내의 가슴에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거울 속 빛이 점차 옅어지고, 샴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 그랬구나. 내가 그런 삶을 살았었구나.”


샴은 고개를 돌려 지둥이를 바라보았다.

“가자!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을게.”

샴의 영혼이 천천히 일어나 지둥이를 따라 걸어갔다. 힘없이 걷는 발걸음 뒤로, 그의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던 배신감과 분노가 바람처럼 흩어졌다.



그날 밤, 찜질방 1층.

허둥이, 지둥이, 그냥이가 나란히 앉아 사료를 씹고 있었다.


“샴… 참 예쁘더라.”

지둥이가 나지막이 말하자, 허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털빛도 곱고, 눈도 맑았어. 그런데 마음은 온통 슬픔으로 가득했어.”


“믿었던 가족에게 배신당하면 얼마나 아플까?”

지둥이가 묻자, 그냥이가 조용히 덧붙였다.

“귀여울 때는 가족이지만, 귀찮을 때는 가축이라더라. 사람들은, 가족이라면서도… 가끔, 가장 먼저 등을 돌려.”

셋은 침울해져서 아무 말 없이 입만 오물거렸다. 오래 씹으면 단 맛이 나던 사료가 오늘은 왠일인지 쓴맛이 났다.


허둥이가 그냥이를 보며 슬며시 물었다.

“아줌마! 아줌마도 한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어요?”

그냥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옆에 놓인 그릇에 든 삼겹살 한 조각을 살며시 허둥이의 그릇에 옮겨 주었다.


“식으면 맛없어. 너무 오래 씹어도 맛 없어. 후딱 먹어.”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매점 안으로 사라졌다. 허둥이와 지둥이는 말없이 삼겹살 조각을 나누어 먹었다.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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