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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pr 27. 2022

내가 내 차를 가지지 못하는 일곱 가지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차가 가지고 싶다. 

시작부터 초치는 이야기라 미안하다. 차 만들어 파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내 차를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유행하는 버킷햇을 사고 핸드폰을 최신 기종으로 바꾸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자동차는 비싸고 돈이 많이 든다.


차가 뭐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집을 제외하고는 인생에서 제일 비싼 상품이다. 차값이야 중고로 사면된다고 하지만 뭐 내가 타고 싶은 좋은 차는 늘 비싸다. 특히 리스나 할부로 차를 사게 되면 그만큼 투자를 위한 자산을 모을 시기는 뒤로 가게 된다. 차 안 산다면 집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차를 사는 것은 중고든 새 차든 종잣돈 깨지는 일이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일단 보험료가 기본적으로 나가고, 타고 다니는 데는 가는 만큼 기름값이 든다. 매년 정기적으로 갈아 주어야 하는 엔진 오일 / 에어컨 필터 등 정기적으로 드는 돈이 만만치 않다. 새 차라면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가 많이 들 것이고, 중고차라면 정기 검사 비용에 때가 되면 교체해 주어야 하는 부품 비용이 제법 든다. 거리에 이것저것 카오디오 바꾸고 액세서리 추가하고 하다 보면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감당할 수 없다면, 감당할 수 있더라도 돈이 필요한 다른 우선순위가 있다면 차를 사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맞다. 


주차할 곳이 없는 차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대학원 다니던 시절 봉천동 자취집에서 지내던 시절, 멋 모르고 선배로부터 업어온 차를 받기는 했는데 평소에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자취집 주차장은 있었지만 공용이라 늘 부족했고, 이미 배정이 다 되어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피하면 집 근처에 차를 세워둘 곳이 없었다. 동네 성당 옆 담벼락 밑에 빈 공간이 하나 있어 거기에 주로 주차해 두었는데 두 달에 한 번은 주차 단속에 걸렸다. 무엇보다도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그때부터는 동네를 뺑뺑이 돌아야 했다. 마음 편히 주차할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차는 사는 일은 일단 보류하는 것이 옳다.



막히는 도로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서울은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은 정말 짜증 나는 일이다. 나는 강북에서 용인으로 매일 출퇴근을 했어야 했는데 평소에는 1시간 남짓 걸리는 길이 월요일 아침이나 금요일 저녁에는 두 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그렇게 이동하고 나면 정말 진이 쏙 빠진다.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옆으로 뻥 뚫린 버스 전용 차로를 달리는 통근 버스를 타고 가는 동료들이 부러워진다. 내 동선에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이 겹친다면 당신의 시간을 위해서라도 차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막히는 도로. 시간 낭비가 따로 없다. 버스에서는 잠이라도 자지


그런 입장에서 전용 차선을 타고 달리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시간도 절약된다. 도착지 주변에서의 이동은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면 된다. 여름휴가철에 지내려고 바닷가 별장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은가. 평소의 동선이 대중교통을 타는 것이 훨씬 편한데 가끔 놀러 갈 때 필요한 사람이라면 굳이 내차를 소유해서 평소에 필요하지도 않은 비용을 낼 필요가 없이 Socar 같은 차량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면 된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TPO에 맞는 차종을 그때 그때 선택할 수도 있다.  


내 몸도 지키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차를 타서 직장에 간다면 내가 움직이는 거리는 집에서 주차장까지 그리고 회사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움직이는 게 다다. 지하철을 타고 간다고 생각해 보자. 집에서 지하철까지 걸어가서 계단을 이동하고 활동하는 동선이 훨씬 늘어난다. 만보는 쉽게 채울 수 있다. 활동량이 줄어 드니 차를 사고 나서  살이 쪘다는 사람이 많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거기다 막히는 도로에서 고정된 자세로 발로 페달 조작하고 하는 동작이 허리에 좋을 리 없다. 살을 빼고 건강하게 지내고 싶다면 차는 멀리 할수록 좋다. 

마지막으로 좀 거창하게 환경을 지킬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자동차는 아무리 연비가 좋아도 오염 물질을 내놓는다. 친환경이라는 전기차라도 그 전기는 또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자동차를 걸어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저감 되는 CO2 양으로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 겨울이면 오는 미세먼지도 줄일 수 있다. 조금 불편해서 생존 가능한 미래를 더 확보할 수 있다. 


어떤가? 차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좀 잦아들었나?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차를 사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감당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고 실제적으로 시간을 아끼고 편리할 때 해야 하는 선택이다. 우리의 모든 결정들이 그러하듯 차를 사고 나면 사기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니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이야기한 일곱 가지 이유를 한번 곱씹어 보길 권한다. 준비가 부족하다면 차를 사기 전에 그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건강한 자차 라이프를 위해서...  


1장 나는 차가 필요하다. 절실하게... 

    1-1  내가 내 차를 가지지 못하는 일곱 가지 이유

    1-2  내가 어떤 차를 원하는지를 먼저 정해 보자.

    1-3  잘 고른 중고차, 새 차 안 부럽다.

    1-4  하이브리드 차량은 비싼 값어치를 한다.

    1-5  아무리 멋진 전기차도 쓰기 편해야 진짜 내 차가 된다.

    1-6  이유 없이 새 차를 싸게 파는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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