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운스윙의 시작을 느끼기 시작하다

by 이정원

9월 초에 어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월요일이었다. 늦은 밤 친구가 전화가 와서는 집 바로 앞에 있는 태광 CC에서 아주 저렴한 티업 시간이 나왔다며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갑작스레 우중 번개 골프가 성사되었다.


라운딩은 아주 즐거웠다. 특히 아이언이 잘 맞아서 레귤러 온한 경우가 많아서 스코어를 많이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버는 여전히 문제. 예전보다 슬라이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공이 뜨지 않았다. 조금만 오르막이 있으면 170 언저리 밖에 못 가니, 세컨드 샷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었고 그만큼 실수도 많이 나왔다.


그래 이제는 드라이버 공을 띄워 보자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SBS 골프 아카데미에서 이시우 프로가 마침 드라이버 탄도를 조절하는 법에 대한 레슨이 나왔다. (동영상을 아래와 같이 첨부한다.)


https://tv.naver.com/v/29365820

SBS 골프 아카데미 이시우 프로 레슨


원리는 간단했다. 상향 타격을 해야 하니까 공 위치를 왼발 뒤편이 아닌 앞에 두고, 티 높이는 높인다. 그리고 백스윙 때 오른발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킨 다음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 않고 몸이 C가 형태가 되도록 높은 피니시를 해 주라는 내용이었다.


옷은 같지만 다른 날이다. 이전에는 몸이 앞으로 쏠렸다면 레슨 후에는 상향 타격하는 각이 생겼다.


배웠으니까 연습해 봐야지 하고 연습장을 가서 해 보니까 진짜 공이 뜨기 시작했다. 공을 맞추고 힘을 주는 각도가 달라지니까 출발하는 발사각이 7도 내외에서 10도로 더 떠 올랐다. 같은 볼 스피드에서도 캐리 거리가 더 높아지니까 거리도 조금 더 많이 나가는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변화에서 찾은 가장 큰 깨달음은 다운스윙을 시작하는 시점에 대한 부분이다. 그동안 나는 스윙은 연속 동작이니까 백스윙을 하고 난 다음에 자연스럽게 바로 다운스윙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운스윙을 하다 보면 뒤에서 앞에 있는 공을 치게 되니까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을 띄우기 위해서 임팩트 순간에 오른발에 무게 중심을 남겨 두려면, 다운스윙을 시작하기 전에 확실히 오른발을 디뎌야 한다. 그리고 백스윙 탑에서 내려가기 전에 확실히 채를 잡으면서 멈추는 동작이 필요했다. 오른발을 디디고, 탑에서 잠시 채를 멈추면서 확실히 그립을 잡고 공을 향해 내려오는 것이다.


그랬더니, 공이 예전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맞기 시작했다. 탑에서 티 위에 놓은 공까지 집중하게 되고, 공을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되면서 탄도는 높이면서 정확도가 더 좋아지는 효과가 덩달아 나타났다. 단지 드라이버뿐이 아니었다. 그동안 너무 로프트 각이 세워져 있어서 공을 띄우기 어려웠던 하이브리드와 5번 6번 롱아이언도 같은 원리로 접근하니까 너무 편하게 칠 수 있었다.



예전에 사회인 야구를 배울 때 프로 출신 코치님이 하신 이야기가 떠올랐다.


"프로 선수들이 공이 오기 전에 배트를 건성으로 들고 흔들고 하는 것 같아도, 테이크 백해서 다운스윙하기 전에는 딱 위치를 고정해서 잡습니다. 거기가 진짜 스윙의 시작점이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투수가 공을 던지면 미리 테이크백을 해서 탑에서 확실히 그립을 잡고 목표하는 지점을 향해 간결하게 내려오세요."


홈런왕 박병호의 스윙. 오른발에 중심을 잡고 양팔을 앞으로 쭉 뻗어주는 스윙이 인상적이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시작이 제일 중요하다. 공을 맞추고 난 다음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전에 어드레스 잘하고 특히 공을 치러 가는 다운스윙의 시작인 백스윙 탑을 확인하는 여유를 가져 보자. 그러면 골프 스윙이 조금은 간결해질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훅이 나면 내가 몸도 손목도 쓰기 시작했구나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