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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2025 후기

배터리 시장의 어려움과 성숙함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by 이정원 Mar 14. 2025

인터배터리 행사가 올해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매년 EV trend와 함께 진행되던 관행을 넘어서서 코엑스 4 개관을 모두 차지하고 역대 최대인 688개 회사가 참여하는 명실공히 배터리 산업을 대표하는 박람회가 되었다. 전기차 캐즘으로 2022년 증시가 폭발할 때 같은 열기는 없었지만 대신에 위기를 넘어가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전시회 여기저기서 보였다.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다 할 수 있다고 내세우는 메이커들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다 할 수 있다고 내세우는 메이커들


국내 메이저 3사는 다들 비슷했다. 주축이었던 파우치뿐 아니라 원통형과 각형도 할 수 있다며 시제품들을 전시했다. 특히 LGES에서 올해 양산에 들어가는 4680/95/120 원통형 배터리를 다들 우리도 할 수 있다며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어디 김치찌개도 잘하고, 순댓국도 잘하고, 감자탕도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음식점 치고 진짜 유명한 맛집인 경우는 드물다. 


배터리 고객사도 원하는 스펙을 맞출 수 있다며 어떤 형태든 다 할 수 있다고 내세우는 이면에는 다른 회사들보다 나는 이걸 확실히 잘한다고 이야기할 만한 대표 상품의 부재가 보였다. 그만큼 3개 회사들 모두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 메이커들에게 어필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지만 테슬라도 품질과 수율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4680 원통형 배터리가 과연 그렇게 쉽게 수익이 날 정도의 효율로 모두 양산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배터리 관리 / 미드니켈 배터리 / 로봇 등 대안들을 찾아 나섰다. 배터리 관리 / 미드니켈 배터리 / 로봇 등 대안들을 찾아 나섰다. 


LFP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에 대한 대안으로 3사가 공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니켈의 비중을 낮춘 Mid-NI 배터리였다. 양극재 소재 중에 가격이 비싼 니켈을 줄이면 에너지 밀도는 조금 손해 보지만 안정성은 좋아지고 가격 경쟁력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NCM이지만 LFP와 비슷한 방향으로 조정함으로써 기존의 설비는 유지하면서 저가 라인업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의미 있는 단가 하락을 달성하게 되면 입찰 경쟁에서 분명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강조나 계획은 뒤로 밀려났다. 중국의 경쟁 업체들이 반고체 배터리로 이미 시장에 차를 출시하거나 내년 양산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가고 있다는 삼성 SDI도 2027년에야 차량 시험이 가능한 시작품이 나올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양산 라인에서 생산 공정을 안정화하는 작업이 쉽지 않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오히려 초고성능 배터리로 리튬 황 배터리 같은 새로운 대안을 소개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국내 3사들이 전기차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배터리 기술력이 낮은 것은 아니다. 자동차 시장이 저렴한 배터리를 원한다면 비싸도 더 효율이 좋은 배터리 기술들을 필요한 영역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삼성 SDI가 현대차와 함께 로봇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자율 주행 셔틀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전기차는 공간도 넓고 내연기관차와도 경쟁해야 해서 가성비가 중요하지만 로봇은 가볍고 작은데 오랫동안 동작할수록 유리하다. 전기 장비의 운용이 많이 필요한 자율 주행 자동차들도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고효율 배터리가 요구된다. 특히 로봇은 앞으로 휴머노이드 개발과 맞물려서 다양한 플랫폼 형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전기차만 배터리가 필요한 건 아니다. 전기차만 배터리가 필요한 건 아니다. 


이렇게 인터배터리 행사가 전기차 배터리에 중점을 맞추던 경향에서 벗어나 범위를 넓혀 가는 모습은 메이저 3사뿐만이 아니었다. 실제 차를 한국 시장에 선보인 BYD는 소형 전자제품용 배터리 제품군을 가져왔고 예전보다 소형 배터리, 생활 가전용 배터리 등을 가져온 업체들이 많이 보였다. 일단 크기를 조절하기 쉬운 파우치 형태로 시작해서 제품 디자인에 맞추어 배터리 디자인을 조정할 수 있음을 어필하는 중소 배터리 회사들이 많았다. 전기차 혹은 ESS 에만 주목했던 업계가 전기차 확대에 한계를 보이자 범위를 넓혀 해결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기술력의 단계에 따라서 계층이 다양화된 것도 그만큼 배터리 생태계의 깊이가 두터워졌음도 알 수 있다. 


생태계의 성숙도도 관련 산업들의 기술 발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배터리를 제작하고 패키징하고 차에 설치하고 상태를 진단하는 모든 기술들이 진일보하고 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원통형 배터리 생산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서 대량 생산을 위한 자동화 설비를 다루는 회사들은 부스 규모를 더 늘렸고, 비전을 통해 배터리 초기 품질 상태를 진단하는 회사들은 AI를 통한 학습으로 진단 정확도를 더 높이고 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해서 원자재를 재확보하는 공급망에 대해서 여러 양극재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배터리에서 파생된 다양한 기술들이 성숙해 감을 느꼈다. 배터리에서 파생된 다양한 기술들이 성숙해 감을 느꼈다. 


대신에 한창 배터리 회사들의 투자 유치에 나서던 여러 국가들의 부스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만큼 전기차의 확장이 주춤하면서 산업 전반에 위기라는 신호다. 하지만 전기차 광풍이 지나간 빈자리에는 배터리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다양한 기업들의 시도가 보였다. 배터리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여러 신생 기업들을 알리는 지역 기반 연구단지들의 소개 부스도 더 많아졌다. 


당장은 어려운 시간을 견뎌야 하겠지만 전자기기가 늘어날수록 전체 배터리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이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는 것 같지만 높아진 무역 장벽에 막혀 확장이 어렵고 LFP가 대세인 시절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큰 파도가 왔을 때 기회를 잡기 위해서 전시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들을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자동차 산업동향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해 봅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고자 노력하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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