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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과 자동차 회사의 협업에도 비전이 필요하다.

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영역을 지혜롭게 나누어야 한다. 

by 이정원 Mar 24. 2025

매년 새로운 혁신이 공개되면서 관심을 끌었던 CES2025가 막을 내렸다. 작년만 해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신기술들을 선보이면서 모터쇼보다 CES에 더 정성을 들인다고 이야기를 들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는 더 차분한 분위기다. 아무래도 2024년의 저조한 실적과 전동화의 속도 둔화로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NVIDIA가 주도하는 AI 서비스와 양자 컴퓨터 등 IT 기업들 위주로 스포트라이트가 옮겨 갔다. 


2024년도에 주식 시장에서 가장 핫했던 NVIDIA는 GPU 개발 업체에서 벗어나 AI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며 사업 확장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현대차는 그런 NVIDA와의 파트너십을 맺고 기존의 자동차 내에서 AI가 활용되던 음성 인식, 자율 주행을 위한 데이터 학습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신규 공장 구축과 운영 관리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직접 AI 서버용 GPU를 대량 구매해서 각종 데이터들의 학습과정을 직접 하겠다고 나선 테슬라와는 다른 행보지만, 후발 주자로서 변하는 IT 환경에 뒤쳐지 않으려는 적절한 전략으로 보인다. 


NVIDIA는 GPU 회사에서 AI 서비스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NVIDIA는 GPU 회사에서 AI 서비스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다들 인공지능을 언급하지만, 그래서 실제 제품과 과정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증명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이런 시점에서 생산부터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까지 막대한 데이터와 실질적인 개선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현대차와 새롭게 도전하는 인공지능 활용 서비스의 효용성을 증명해야 하는 NVIDIA의 조합은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서로 다른 산업군이지만 각자의 장점을 살려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IT기업과 자동차 회사의 조합을 최근 자주 접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SDV라는 화두가 모든 자동차 회사의 당면한 과제가 되고 있다.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기반이 약한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IT 기업과의 협업일 것이다. 이번 CES에서도 Sony와 Honda가 합작해서 세운 Sony Honda Mobility가 개발한 EV AFEELA1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공개된 소니 혼다 합작사의 아필라 - 너무 비싸다.공개된 소니 혼다 합작사의 아필라 - 너무 비싸다.


한 때 최고의 전자기업이었던 Sony는 이후에 엔터테인먼트로 확장 발전했지만 스마트폰에서 밀리고 TV에서도 중국과 한국에 잡히면서 전자기기분야 선두에서 내려와 있는 상황이다. Honda도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자신만의 영역이 있었지만 전기 자동차와 자율 주행 부문에서는 후발 주자에 가깝다. 스크린에서 밀린 Sony와 전기차에서 밀린 Honda의 결합은 사실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CES에 공개된 EV AFEELA1 차량은 수많은 카메라와 뒷 좌석까지 스크린이 가득하다. 엔터테인먼트나 대화형 AI 같은 기술들이 적용되어 있다면서 차 값에 이런 서비스의 3년 이용료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급의 대표적인 경쟁차인 테슬라 S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은 아무래도 부담이다. 주행 거리도 500km대로 2026년에 생산해서 27년에도 인도될 차량의 성능이라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차 안에 화면으로 가득 차 있다. 너무 많다.차 안에 화면으로 가득 차 있다. 너무 많다.


왜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Sony – Honda Mobility의 50 : 50의 지분 구조를 들 수 있다. 소니가 차에 들어가는 센서와 이미지, 차량의 콘텐츠와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맡고 혼다가 기존자동차 부품과 제조기술을 담당한다고 하지만 차를 만드는 과정이 그렇게 칼로 가르듯이 5:5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확실한 리더십이 없다 보니, 각자가 자기 영역을 비슷한 지분만큼 채우려다 균형이 무너진 모양새다. 


마치 신혼부부가 결혼을 하는데 한쪽이 무조건 집을 해야 와야 한다고 하면서 상대에서 집을 하는 만큼 혼수를 해오라고 서로 다투는 것 같다. 두 사람이 예산을 합쳐 신혼집을 같이 장만하면 더 좋은 집을 살 수도 있는 것처럼 협업으로 만들어진 모델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자동차 회사와 IT기업이 제대로 만들려면 각자의 장점을 살린 제대로 된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 비전으로 성공한 예로 Xiaomi의 SU7을 들 수 있다. 상품 기획과 내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Xiaomi가 맡고 자동차 가격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배터리는 CATL이, 그리고 중요한 전기차 생산은 BAIC가 맡았다. 브랜드 명은 Xiaomi 이름이 나왔지만, 지분율을 이름값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기여하는 비율에 맞추어 10:50:40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지분 비율은 낮지만 제품의 비전을 기존 Xiaomi의 가성비 이미지에 맞추어 각자 잘하는 영역을 채워서 출시한 SU7은 작년 한 해 동안 13만 대 이상을 팔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다음 모델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샤오미가 예고한 SUV - YU7.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샤오미가 예고한 SUV - YU7.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시장에서 위기감에 쫓겨서 서로에게 반전의 계기를 기대하면서 물리적인 결합만 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따라갈 수 없다. 선택은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다. 높아진 금리로 지갑을 빠르게 닫고 있는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비전이 담긴 제품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타개책으로 다른 산업군과의 협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누구와 협업을 할지 결정하기에 앞서 어떤 새로움이 담긴 제품을 만들어 낼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그런 후에 시장에 선보일 새로움을 함께 만들어 낼 의지와 능력이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순서다. 내년 CES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참여한 좀 더 멋진 콜라보 제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자동차 산업 동향 전문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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