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을 굽는 사람이 될 것인가 성전을 짓는 사람이 될 것인가?
예전에 르노삼성자동차에서 SM3를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나온 광고가 있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들이 모두 분리된 상태로 흩어져 있는 공간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모델이 미소를 지으며 자막이 나온다. "2만 개의 다른 부품이 당신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레고 블록으로 조그마한 버스를 하나 지어도 수백 개의 블록이 필요하듯이 2톤이 넘는 무거운 차체에 사람을 싣고 안전하게 이동해야 하는 자동차에는 수많은 부품들이 들어간다.
그 부품들 하나하나마다 사연이 있다. 애초에 그 부품이 필요한 이유가 있고 그래서 그런 형태로 부품을 만든 연구 개발진이 있다.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하는 사람이 있고 제대로 생산해 내는 부품 업체들과 그걸 자동차 회사까지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다. 생산 담당자가 공장에서 쉼 없이 돌아가는 컨베어 벨트 위에서 규격에 맞춰서 조립해서 차를 만들고 나면 그런 차를 팔고 문제가 생기면 고쳐 주는 조직까지 자동차라는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진다.
처음에 자동차 회사에 들어가면 그 수많은 부품들을 담당하는 하나의 업무를 맡게 된다. 멋진 자동차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작은 부품 하나의 스펙을 따지고 업체와 협의하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고생하다 보면 스스로도 큰 기계의 쳇바퀴 하나가 된 것같이 초라하게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겨우 이런 일을 하려고 그 고생을 했나 후회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에 없어도 되는 부품은 없다. 빠져도 되는 부품이라면 진작에 원가 저감으로 빠졌을 것이다. 동시에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는 모든 일들도 그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137년째 계속 짓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파밀리아 성당이 있다. 그 성당 아래서 쌓을 벽돌을 굽고 있는 작업자들에게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하는 질문에 한 사람은 벽돌은 굽고 있다고 말했고, 다른 한 사람은 하느님을 위한 성전을 짓고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어차피 혼자 힘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큰 프로젝트다. 같이 만들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어떤 부품의 어떤 역할을 맡든 지나가는 차를 보고 저 차를 내가 만들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벽돌을 굽는 사람이 될지 성전을 짓는 사람이 될지는 스스로의 관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