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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 빔 Jun 12. 2018

22살 여자,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기 위한 프롤로그



아침에 학교에 가기 위해 눈을 뜬다. 한숨을 푹 쉬고 얼굴을 찡그린다. 힘겹게 일어나 세수로 잠을 씻어내려 본다. 얼굴에 기초 화장품을 세 번에 걸쳐 나눠 바르고, 피부를 보호하는 화장품과 결점을 가려주는 화장품을 또 덧바른다. 금세 얼굴이 답답해진다. 그 사이 뜨겁게 달궈진 고데기로 머리를 신경써서 다듬는다. 옷장 앞에서 오늘은 뭘 입어야 할지 한참 고민하고 그 옷에 맞는 신발과 가방도 골라서 챙긴다. 마지막으로 입술에 어여쁜 색을 덧칠하고, 거울로 모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집을 나선다. 이렇게 하는 과정이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학교를 가는 길과 학교에서는 수많은 사람을 마주치고, 지나친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괜히 눈이 마주치거나 내 쪽을 바라보면 오만 생각에 사로잡힌다. 



‘혹시 오늘 내 코디가 이상한가? 색이 안 어울리나?’
‘오늘 청바지 괜히 입었나? 다리가 너무 두꺼워 보이나?’
‘파운데이션 뭉쳤나? 틴트가 제대로 안 발렸나?’


아무도 나에게 그러한 지적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지적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내가 잘못한 것인 마냥.


이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언제나 TV에선 너무나도 예쁜 여자들만이 나왔고,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예쁘게 화장하고 날씬한 몸매의 여성들이 태반이었다. 그녀들에 비해 나는 너무 뚱뚱했고, 못생기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내 자신이 스스로의 코르셋을 조이고, 압박하다 보니 자연스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싫어졌고, 바깥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옷도 내 마음에 드는 것 보다 나에게 어울릴 만한 것들만을 찾아서 사기 시작했고, 종종 '내가 왜 이래야 하지?'라고 생각했지만, 내 행동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주 물에 흠뻑 젖은 솜 마냥 내 자신이 푹푹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고, 조금씩 무기력해져갔다.


한창 우울할 때 쓴 일기. 불과 몇달 전 까지만 해도 매일 이런 내용의 일기들을 적어내려가곤 했다.


대체 원인이 뭘까. 나를 이렇게게 만들만한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체 뭐 때문에 내가 이렇게 남들을 신경쓰면서 살고 있고, 뭐 때문에 우울한 기분을 자주 느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던 찰나, 친구랑 이야기하다 문제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자존감 결여’


그게 원인이었다. 
나에게는 ‘자존감’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주변 사람들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과 예뻐져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기 비하 등등이 뒤섞여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어느 날 생각했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고.


그래서 나는 자그마한 도전을 시작했다.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와 같은 여성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20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20대 우울증 환자 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을 더 많이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동질감과 함께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울컥, 하고 차올랐다. 당신들도 나처럼 힘들었구나. 하고.
그래서 나는 나를 도와준 영화, 책, 생각 등을 공유하기로 결심했고, 내 자신을 얽매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코르셋을 벗어던지기 위해,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다. 




내 자신을 위해서, 나와 같은 여성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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