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도 컨설팅이 되나요?
때 아닌 영업 과외(?)
IT 회사를 운영하는 후배를 만났다. 그 회사도 우리 회사처럼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 보니, 그는 사업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그는 다양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그것을 자기 회사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스타트업다운 생동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반대로 그 후배는 우리 회사가 체계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부러워했다. 아무래도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서로 비슷한 일을 하다 보니, 그 후로도 몇 번 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요즘 들어서 영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올해 초에 작은 프로젝트를 계약하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추석이 지나도록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아서 회사에 손해가 큰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계약을 따오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전에 고객과 관계를 맺는 것부터 계약으로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가다듬고 싶어 했다. 이럴 때 회사의 손해를 줄이면서 고객과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싶어 했다.
우리 회사도 다양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데이터 정리 및 분석 작업을 외주받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나마 회사가 만들어진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보니,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매뉴얼 아닌 매뉴얼이 있기는 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그 매뉴얼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고객이 돈을 내야 하는 것과 우리 회사가 서비스로 해줄 수 있는 것 등에 대해서 영업 사원들이 고객과 꼼꼼하게 협의하고 있다. 덕분에 요즘 들어서는 프로젝트가 심하게 늘어지는 일은 많이 줄었다.
이런 이야기를 그 후배에게 해주었더니, 그는 대뜸 자기네 회사 직원들에게 세일즈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심지어 시간당 얼마를 주겠다며 금액까지 제시했다. 돈이 오고 가는 일이니 정식으로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후배가 나에게 제안한 내용을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회사 대 회사로 정식으로 계약을 하는 게 어떨지 여쭤봤더니, 이 정도 일은 나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 개인적으로 그 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컨설팅을 하기로 했다.
며칠 전에 그 회사 분들과 만나서 첫 번째 미팅을 했다. 컨설팅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했지만, 미팅 자리는 생각만큼 딱딱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궁금한 것을 나에게 물어보면 나는 내가 아는 것을 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번 컨설팅은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동안 나는 회사에 이미 만들어져 있던 매뉴얼대로 일을 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걸 왜 이렇게 하는 거지?'라고 생각해 보지는 못 했다. 내가 일하는 방식을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다 보니,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곱씹어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누군가의 성장을 도울 때 행복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영업 사원으로 일하면서는 내가 고객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의미를 찾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객이 나로 인해 성장하면 좋은 일이지만, 영업 사원에게는 그보다 고객과 계약을 맺고 매출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그 후배가 나에게 컨설팅이라는 이름아래 자신과 자신의 회사의 성장을 도와달라고 기회를 주어서 무척 고마웠다. 이번 컨설팅을 잘 해서 그둘이 정말로 성잘할 수 있도록 돕고 그로 인해 보람을 얻는 건 내 몫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