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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JORICA May 17. 2019

나의 사랑스러운 아랍 친구들과 SNS

언제나 환영해요, 그대들을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집안 분위기 탓에 어릴 적부터 기계와는 거리가 있었던 나에게 SNS라는 건 꽤나 어려운 활동이었다. 소위 요새 말로 ‘인싸’라는 그룹에 뒤쳐지고 싶지 않아 카톡도 하고 카카오스토리도 했지만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건 퍽 힘들었다. 


그런 내가 문화와 예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SNS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문화 콘텐츠학을 이중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비극이었고 이중전공 선택 첫 학기는 나에게 아직까지 악몽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이중전공에 적응하지 못하던 23살의 나는, 이중전공에 대한 고민을 뒤로하고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유럽 배낭여행이 나에게 문화 콘텐츠라는 이중전공을 선택하게 해 줬다면 요르단 유학생활은 내가 문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처음 요르단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요르단 암만에 거주하는 한국인 수는 약 500명이었고 내가 처음 요르단에 도착했던 2017년 6월에는 유학생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었고 정작 기대했던 아랍인 친구 사귀기도 어려웠다. 맨날 만나는 한국 유학생 친구들이 아닌 새로운 아랍 친구들을 많이 많이 만들고 싶었고 그때부터 SNS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SNS로 연락 온 친구들과의 대화창


내가 있었던 요르단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페이스북이다. 요새는 인스타그램도 많이 사용하는 것 같긴 한데, 어째서인지 나에게 주로 메시지가 오는 것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서 연락이 왔다.


어찌 되었든, 나는 요르단에서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고 페이스북 활동도 했다. 그리고 그 계정들에 요르단 관련 게시글을 올리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공부하던 요르단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연락이 왔고 요르단을 넘어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등등 많은 친구들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고 살갑게 다가오는 친구들 덕에 나는 그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아랍어를 열심히 배우게 됐다. 내가 아랍어도 잘 못하고 떠듬떠듬 글들을 써서 보내면 열심히 고쳐서 보내주고, 아랍어 숙제를 자기 일처럼 도와주기도 했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조금 어설픈 한국어로 ‘많이 아파요? 병원은 가봤어요?’라고 음성 메시지도 보내줬다.


대학에 와서 조금은 표면적이고 또 사무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인지 다정다감하게 다가와주는 아랍인 친구들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 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나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 아랍에 관한 게시글을 올리진 않지만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나에게 연락하는 친구들도 많고 또 그 친구들의 친구들이 다시 나에게 연락이 와서 또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오랜 SNS 친구인 하나는 나에게 모로코를 담은 선물상자를 보내주기도 했다. 


누군가는 SNS를 시간 낭비라고 하지만 나에게 SNS는 머나먼 나라에 있는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이다. 오늘은 나에게 أوني(언니)라고 부르는 사랑스러운 아랍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의 SNS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꼭 꿈을 이뤄서 한국에서 보자. 모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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