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마이스터 이야기
2016년 대산농촌재단의 유럽농업연수를 갔을때 농업 마이스터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독일에서 농민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학교를 다녀야하고 졸업후에 마이스터 농장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농민의 비율이 한국보다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의 가치에 대해 다수의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는 이유는 농업인의 자격을 엄격하게 하고 그들의 기술을 높은 단계로 유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귀포귀농귀촌교육을 받은 수료생으로 지역에서 농업에 관한 가공, 유통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려고 학습조직을 만들었다. 그게 3년전의 일로 조직의 이름은 밤에도 공부한다는 의미의 불란지(반딧불의 제주어)다. 2년 동안의 성공사례교육과 각자를 알아가는 시간을 거쳐 올해는 우리 조직원들 다수가 생산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물인 감귤을 공부하기로 했다.
생산분야부터 공부하려다보니 선생님이 필요했고 어떤 선생님이 좋을까 머리를 맞대어 보니 국가에서 인증한 '감귤 마이스터'를 섭외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중에 생산을 제일 잘하는 조직원이 마이스터를 섭외하였고 올해 2월부터 우리는 정식으로 수강료를 내며 공부하고 있다. 마이스터에게 가르침을 받으려면 다양한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 귀농귀촌센터의 귀농닥터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부재일 마이스터를 올해 1월에 만나서 요청을 드렸고 3월에 전정교육, 4월에 고접교육, 5월에 토양성분 검사 및 농약 사용에 대한 교육을 차례대로 받고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선배에게 실무적인 가르침을 받다보니 우선은 너무나 든든하다.
나는 아직 감귤농장이 없지만 제주에서 농업에 종사한다면 단 100평이라도 감귤농사를 지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감귤농사야 말로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농사이며 지역의 문화, 역사,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귤농사의 그늘도 있겠지만 제주와 감귤, 감귤과 제주사람은 떨어질래야 떨어질수가 없다.
지난 일요일에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반에 마이스터님의 농장에 모였다. 기존의 나무에 새로운 품종의 가지를 이식하는 고접방법을 배우게 되었는데 몇 시간 동안 쪼그려 앉아서 A부터 Z까지 배우고 실습하는게 힘이 들었다. 마이스터 농장에서 샘플용 나무에 각자가 배운 방법대로 직접 해보았는데 10일 뒤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기다려진다.
올 한해 마이스터와 함께 보내다보면 기술도 많이 배우겠지만 정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네삼춘 한분 생겼다 생각이 들 것같다. 배운 학생들은 더욱 현장에서 기술을 갈고 닦아 언젠가는 다음 세대를 위한 마이스터가 될 것이다.
제주에 수 많은 자타공인 감귤 마이스터가 존재한다. 정부에서 인증한 분들만이 아니라 다들 각자의 노하우와 자부심으로 농업을 이끌어온 분들을 나는 마이스터로 꼽고 싶다. 그들이 있었기에 제주는 농업이 지역의 기반산업이 되었고 농민들 또한 꽤 많은 숫자로 유지하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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