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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창욱 May 10. 2018

담벼락연재 - 뽀뇨아빠의텃밭일기8

600리터 물통을 구비하고 소셜미션을 가지치기하다

'농사지을 땅을 빌리려고 할때 제일 먼저 고려할 사항이 뭘까요?'라고 물어보면 많은 농부들이 '물'을 쓰기에 편한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다행히도 시범농장은 농수를 자유롭게 쓸수 있다. 심지어 '물세'도 쓴 만큼이 아니라 '평'당 계산이 되어서 부담이 없다. 


처음에 다른 농장들 처럼 관수시설을 설치할까 했는데 '시범농장'이기도 하고 바로 옆에 농수 파이프가 있는지라 차일피일 미루었다. 하루에 두둑 두개를 만들어 심고 물주고 하다보니 관수시설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근데 두둑이 늘어나자 '물조리개'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고 '물조리개'에 물을 담으려면 물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오늘 출근길에 '물통'을 샀다. 무려 600리터 물통을.  


큰 물통을 산 이유는 두번째 시범농장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는데 '물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이었다. 평수는 600평 정도인데 '물세'가 비싸서 물을 보관할 수 있는 통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600리터 물통'은 두번째 농장 예정지를 고려하여 큰 것으로 샀다. 
물통을 농장에 옮긴후 물을 가득 채우니 왠지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조리개 두개에 물을 가득 채워서 왼손, 오른손 번갈아 식물들에 물을 주는데 이번엔 왠지 쌍권총을 찬 보안관이 된 느낌이랄까. 속이 다 시원했다. 


물을 주고 오늘도 두둑을 두개 만들었다. 하나는 '그린빈'을 심었고 또 하나는 며칠 뒤 '오크라'를 심을 예정이다. 그린빈은 특이하게도 씨앗이 보라색이었다. 씨앗 넣을 구멍을 파고 처음엔 3개를 넣었는데 판 구멍 갯수보다 씨앗이 적어서, 2개로 줄였고 나중엔 1개로 더 줄였다.


씨앗포장지 설명서에 적힌대로 심기는 했는데 과연 잘 자랄지 모르겠다. 심은 채소들에 대한 관리요령을 도서관에서 빌린 책자에서 익히려고 하는데 책에 없는 요령들은 직접 식물사전을 만들고 있다. 다른 일들이 많아서 일일이 참고할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작물들은 식물정보, 관리요령, 레시피 등의 필수자료들을 사전으로 정리해두고 있다. 


'오크라'는 씨앗이 꽤 큰 편이고 콩종류 씨앗처럼 물에 불려두어야 한다. '여주'는 씨앗에 상처를 내어야 발아를 한다고 한다. 과연 어떻게 자랄지 기대가 된다.


물통에 물을 가득채우고 기분 좋아하고 있는데 농장 중심에서 주변지로 밀려난 살갈퀴가 드디어 씨앗을 맺었다. 콩처럼 꼬투리가 맺힌후에 까맣게 익었는데 조만간 씨앗이 땅에 떨어질 모양새다. 사전에 보면 식용으로도 했다는데 맛이 어떨까. 녹두처럼 작지만 확실히 콩과식물이라 모양새가 뚜렷하다. 야생에서 자란 이 아이들은 별도의 관리도 물도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잘 자라는데 왜 인간이 수천년간 육종한 이 농작물들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할까. 아마도 애완견과 늑대의 차이가 아닐까.


일을 끝내고 작업화를 구두로 갈아신고 멘토를 만나러 제주시로 갔다. 오늘 멘토링을 받은 임경수 박사님은 몇년전에 처음 인사를 나누었고 지난해에 제주지역의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자리에서 인사도 드리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오늘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준비 중에 소셜미션을 가다듬기위해 박사님을 만났다. 식물이 곧게 잘 자라려면 가지치기가 필요한 것처럼 여러가지 미션으로 복잡한 내 머릿속을 박사님을 잘 정리해주셨다. 


공심채 조합의 소셜미션은 '로컬푸드 협동농장 운영 및 6차산업화를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돕고 지역내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겠다'로 정했다. 시범농장은 그 생산기지이자 협동농장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600리터 물통. 그전엔 작은 녹색 바가지에 물을 담아 날랐다.
가지와 고추에 지지대를 설치해주었다.
그린빈 씨앗. 보라색이 참 이쁘다.
농장주변으로 밀려났던 살갈퀴가 드디어 씨앗을 맺었다.
살갈퀴, 녹색 꼬투리가 익으면 검게 변한다.
이제는 신발을 갈아신어야 할 시간
임경수 박사님을 만나 멘토링을 받았다. 박사님은 나의 선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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