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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살린 Feb 27. 2023

안티고네가 던져준 오래된 물음

신의 길과 인간의 길

https://youtu.be/HNwJ_-ZS3jE



2차 세계대전 동안 학살된 유대인 수 600백만 명 

전쟁이 끝난 후 승리국인 국제연합은 독일 나치 전범들을 처리해야 했다. 그런데 난처한 일이 생겼다. 전범 처리 과정에서 나치 전범들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상관이 시키는 대로 했다" 혹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했다"     

그렇다 나치 정부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독일 국민들에게 선출된 정부였다. 당규와 법률에 따라 당원들과 군인들은 절차에 따라, 상관의 명령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 그 결과는 600만 명의 유태인 학살이었다. 

그러면 그들에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인가?     

이러한 난처함은 실정법에 자체에 대한 커다란 의문을 생기게 했다. 실정법에 따라 행동했는데 그것이 인간의 삶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면 지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킨다면 어디까지 지켜야 하나?

 실정법 따라 행위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나?

이때 재발견된 것이 자연법 혹은 관습법이다. 인류가 사회를 조직하면서 인간이면 누구가 지켜야 하는 법이라고 규정한 자연법 혹은 관습법 혹은 안티고네의 표현대로 신의 법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논의는 현재도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안티고네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물음이 바로 이것이다. 

자연법과 실정법에 대한 오랜 물음     





안티고네에서의 대립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안티고네에서 가장 날이 서서 대립하는 인물은 안티고네와 크레온이다.

죽은 오라비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안티고네,  반역자의 무덤을 만들어 주는 자를 엄벌하려는 크레온, 

이 두 인물은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둘 다 꼬장꼬장하고 뻣뻣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이와 대립되는 의견을 가진 자는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 

굽힐 줄 모르는 강한 성격은 타협을 모르고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이 생명을 거는 것일지라도     



먼저 안티고네부터 살펴보자. 

두 남자형제가 싸우다가 죽는다. 

하나는 테베를 지키다가 죽고 다른 하나는 테베를 공격하다 죽는다. 

테베를 지킨 자는 영웅으로 성대한 장례를 치르고 테베를 공격하다 죽은 자는 국가의 배신자로 매장을 하지 못하게 포고령이 내렸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친족을 매장하는 것은 오랜 관습으로 당연히 지켜야 하는 신의 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인간의 법으로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오빠를 매장하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동생 이스메네와 같이 하려고 했으나 동생이 거절하자 매몰차게 내친다.

 자신이 택한 절대적 선택을 남에게도 요구하는 것이다. 

오로지 안티고네는 자신의 목적인 오라비의 매장에 맹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한편으론 안티고네는 사랑으로 충만한 영혼이다. ‘나는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어요’라는 대사가 이를 반영한다. 

안티고네의 타협하지 않는 강한 성격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녀의 사랑의 대상은 한때 그녀가 사랑했으나 이제는 죽은 사람들, 그녀가 항상 "내 사람,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이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오빠들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통도 받지 못하고 주검마저 짐승 밥으로 내주어야 하는 오빠에 대한 사랑, 안티고네는 인간 존재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크레온, 크레온은 갑자기 정권을 잡았다. 

오이디푸스왕의 아내인 이오카스테의 동생이자 안티고네의 외삼촌인 크레온은 왕권을 물려받은 두 조카가 서로를 죽이는 바람에 왕의 자리에 갑자기 오른 인물이다. 

반란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국가를 바로 잡기 위해 포고령을 내렸다. 

그런데 다른 이도 아닌 왕족인 조카 안티고네가 거기에 태클을 걸고 나온다. 

이는 자신의 통치에 대한 위협이자 또 다른 반란이다. 

그래서 엄벌로 다스려야 국가의 기강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국가를 통치해 본 적이 없는 크레온은 권력을 휘두르고 움켜쥐려고만 했다.  

크레온이 통치하는 도시국가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의무를 강제하며 살아있는 시민들의 행동이 죽은 자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물론 크레온도 신들을 믿는다. 하지만 그가 믿는 신들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크레온은 반역자에게 벌을 내리기를 주저하는 신들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맹인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크레온에게 그가 믿는 신과는 다른 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자 신성모독도 서슴지 않는다.

 크레온은 인간과 신은 물론 모든 정신적인 가치까지도 정치적 국가적 질서에 복속시킨다. 

그것의 극한은 파시즘이다.         


 


양심은 절대적인 요소다 선과 악의 구분 정치적 질서가 정의하는 구분은 양심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진노한 크레온이 안티고네에게 묻는다

선한 인간이 죄인과 똑같은 운명을 맞아야 한다는 말이냐?

당신의 국경이라는 것이 죽은 자들에게도 과연 의미가 있는지 어느 누가 안단 말입니까?     

크레온의 질서가 안티고네를 부정하고 그녀를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반면 크레온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안티고네가 자유라면 크레온은 운명이다. 

안티고네는 우리의 영혼을 노예로 만들려는 완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 지켜주는 보루다. 

공동체는 반드시 필요하며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다 크레온은 이를 설득력 있게 대변한다.

역사상 모든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항상 국가의 권력과 충돌해 왔다. 

안티고네의 죽음은 크레온의 질서에 대한 질타다. 

모든 국가적 질서에 대한 질타가 아니라 개개인의 자유로운 숨결을 억압하는 질서에 대한 질타다. 

우리는 시민은 공동체의 운명에 연대의식을 가져야 하며 공동체는 시민에 대한 권리를 지니고 있으며 시민은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때로는 공동체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음을 크레온은 알려준다. 

또한 우리는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국가에서라면 개인은 무제한적인 혁명적 권력을 소유할 수 있음을 안티고네가 알려준다. 

영혼의 폭발적인 힘은 자유를 위한 도약을 제재당하게 되면 자신을 옥죄는 숙명을 파괴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그것은 단순한 파괴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사회, 비극적인 억압의 힘이 여전히 지배하는 사회는 안티고네 같은 개인들을 짓밟아버리는 데 여념이 없겠으나 안티고네 같은 인물의 존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와 약속이 된다. 

인간의 자유에 어울리는 사회 국가,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균형 잡힌 관계를 통해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공동체 내에서 개인의 자유가 꽃피는 사회를 꿈꾼다.       



참고자료: 

[그리스인이야기 1] 앙드레보나르 저/책과함께

(후반부는 이 책의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소포클레스 전집] 소포클레스 저/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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