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집중의 단련일기
어제는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가 안 좋았는데 오늘은 하늘이 쨍하게 맑다. 대신 날이 무척 춥다. 얼마 전에 추위를 얕잡아 보고 옷을 대충 입고 나갔다가 허벅지가 빨갛게 다 텄었다. 오늘은 기모 바지에 패딩까지 챙겨 입었다. 크리스마스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가 더 신경 쓰인다. 길 가다 기침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너도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즘 괜히 피곤하고 목이 칼칼하면 체온을 재어 본다.
운동 부족인 건지 겹겹이 입은 옷 때문인지 오늘따라 달리는 게 힘들었다. 3킬로쯤 뛸 땐 '언제 끝나나' 그 생각만 하염없이 했다. 이 와중에 천의 물결은 세상 무심한 듯 눈부시게 빛나고, 두 다리는 습관적으로 앞을 향했다. 불광천에서 출발해 한강까지 목표한 거리를 채우고 나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들깨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식당에서 한 칸씩 거리 두고 앉았지만, 칼국수 3인분은 세숫대야 만한 거대한 그릇에 함께 담겨 나왔다. 열심히 먹었지만 다 못 먹었다. 부른 배에 기대어 두고 입만 재잘재잘 움직였더니 마스크 쓰라는 주의를 받았다.
식당 밖으로 나오니 땀이 식어 등줄기가 서늘했다. 목으로 스며드는 한기, 축축한 마스크, 그리고 올해가 일주일 남았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다.
- [단련일기] 0호 '같이 달리는 사이'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