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모카봉봉 Nov 23. 2021

[그림책일기] 미끄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기

그림책 <슈퍼토끼>, 유설화 글그림


그림책 <슈퍼거북>은 토끼와 거북이의 뒷이야기를 거북이가 들려준 것이라면

그림책 <슈퍼토끼>는 토끼와 거북이의 뒷이야기를 토끼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달리기라면 항상 내가 1등이고,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주에서 패자가 되었다.

그것도 느림보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말이다.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얼마나 창피하고, 믿기도 어렵고, 화가 날까.

부정적인 감정이란 감정을 다 갖다가 붙여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누구나 이런 상황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잘 해오던 것이고, 더 나아가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는 것이라도

미끄러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 말이다.


하지만 미끄러지는 순간, 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나를 인정해 주었던 주변 사람들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걸음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하는 일(직업)에 있어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분명 내가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로 선택을 했는데 자꾸 미끄러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꾸 비교를 하고, 완벽을 추구하고, 실수를 용납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순위와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강의라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잘하기 때문에 

내 직업으로 선택을 했지만, 늘 1등은 아니다. 늘 완벽하지 않다.

이런 경험을 하면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슈퍼토끼>의 재빨라(토끼)처럼 말이다.


미끄러짐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일부러 강의를 피하기도 했다.

'나는 절대 강의하지 않을 거야', '나는 더 이상 강사가 아니다'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렇게 하면 할수록 나다움이 없어지는 것 같고,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내가 왜 살고 있는 거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다시 강단 앞에 서게 된다.


이런 불편한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나에게

<슈퍼토끼>의 재빨라는 '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누구나 그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달리기의 '달'자만 나와도 괴로워하는 재빨라의 모습은

내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조차 켜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피하기보다는 미끄러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극복해서

원래 내가 했던 일들을 하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빨라는 전해주었다.


내일 하는 강의가 또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한 것인 만큼 내일 강의가 끝나고는

그림책 <슈퍼토끼>의 마지막 장면처럼 개운함과 상쾌함을 느껴보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