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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모카봉봉 Feb 09. 2022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그림책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격리생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검사를 한 병원으로부터 양성결과에 대한 전화를 받고, 보건소로부터 격리 안내 전화를 받았다. 이어서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검사를 받기 2일전 부터의 동선을 전달했다. 

평소에 나는 참 무난하고 일관되게 사는 줄 알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늘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참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고 있었다. 내 개인적인 만남 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등하원을 시키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빵을 사러 가고, 아이들과 병원도 다니며 생각보다 참 다양한 곳이 내 동선으로 기록되었다. 물론 당시 방역체계가 많이 바뀌어서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잠깐잠깐 방문한 곳은 동선에서 제외된다고는 했지만, 일단 2일동안의 동선을 나는 거짓없이 솔직하게 다 전달하였다. 

하나하나 이야기 하다 보니, 이런 내가 참 조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코로나가 시작이 되고 사람들의 동선이 모두 공개가 되었을 때, ‘지금같이 무서운 시국에 왜 이렇게 많이 돌아다녔을까’, ‘마트에서 한번에 장을 보면 되지’, ‘마트도 가고 편의점은 또 왜 갔을까’, ‘외식은 왜 이렇게 많이 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동선은 이보다 더 심각해 보였다. 동선이 공개가 되지 않는 지금 상황이 너무 다행이었다. 


예전처럼 공개가 되고 사람들에게 공유가 된다면, 나는 마녀사냥의 중심이 되었을 것이다. 그냥 평범한 일상생활을 했을 뿐인데, 이런 억울함도 모르고 말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동선이 공개가 되던 시기에 저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했을까.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 중에 ‘아기돼지 삼형제’의 이야기가 있다. 배고픈 늑대가 첫째돼지, 둘째돼지, 셋째 돼지네 집에 차례로 방문하게 되고 못된 마음을 가지고 있는만큼 결국은 실패하고 벌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돼지를 기준으로 돼지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혹시 늑대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싸움이 있을 때 양쪽 의견을 다 들어와야 한다는 것 처럼 말이다. 



그림책 중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는 패러디 그림책으로도 참 유명한 책이고,우리가 알고 있는 ‘아기돼지 삼형제’의 사건이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언론의 진실의 중요성, 언론에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책다. 

하지만 나는 늑대에게 많은 감정이입이 되었다. 늑대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널리널리 퍼지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했을까. 누가 내 이야기 좀 들어봐 얼마나 외치고 싶었을까.

늑대는 이야기한다. 늑대란 원래 토끼나 양 같은 귀엽고 조그만 동물을 먹게끔 되었다고 말이다. 그렇다. 초식동물도 아닌 늑대가 동물을 잡아먹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일부러 입김을 불어서 집을 날려버린 것이 아니라 갑자기 코가 근질거리면서 재치기가 나오는 바람에 지푸라지집과 나무집이 날라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늑대가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로 집을 짓는 돼지가 제정신이 아닌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코로나 확진자들도 악한 마음을 가지고 코로나에 걸리고 여기저기 다닌 것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사정도 모르고,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이야기 한다는게 얼마나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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