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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모카봉봉 Feb 09. 2022

불안이라는 감정 다스리기

[그림책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격리생활] 불안 (조미자 글 그림)

딸아이는 나에게 조심히 물어봤다. 


“엄마, 우리 코로나 걸려서 어떡해? 어떻게 되는거야?” 

“나는 이제 친구들 못보는거야?” 

“아빠랑 동생은 언제 만날 수 있는거야?”


내가 불안해하는 만큼 딸아이도 똑같이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우두커니 앉아 생각에 잠기니 불안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기침을 이렇게 오래하면 폐가 상하지 않을까?’

‘후유증이 남지는 않을까?’

‘격리기간이 끝나고 나면 일상생활을 해도 괜찮은걸까?’

‘주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었다고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을까?’

‘다음에 또 걸리면 그때는 정말 큰 후유증이 남지 않을까?’

‘격리 후에도 자유로운 일상생활은 하기 힘들 것 같은데 이렇게 시간을 허비만 해야 하는가?’


인간의 불안은 불확실성에서부터 온다고 한다. 앞으로의 상황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을 겪게 된 만큼 더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초조함을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앞으로의 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니 불안을 느끼고 있어서 딸아이의 질문에도 정확하게 답변해 줄 수 없었다. 다만 ‘너무 걱정하지마’, ‘괜찮을거야’, ‘곧 만날 수 있을거야’ 위로만 해줄 뿐이었다. 격리상황만 아니라면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하며 불안한 마음을 잊어보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불안을 피할 수 없다면 불안을 직접 만나보는 것도 방법이었다. 딸아이와 함께 조미자 작가님의 <불안>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보았다.



한 아이의 일상에 늘 불안이라는 감정이 있다. 작은 공들이 굴러와 아이를 넘어뜨리기도 하고, 책을 보며 무서운 무언가에 대해 상상을 하기도 하고, 낭떠러지 아래에 거친 파도가 보여지기도 하면서 늘 불안과 함께 한다. 아이는 이 불안을 만나보기로 한다. 불안은… 아주아주 무서운 녀석이었다. 그림책 속에서는 아주 괴상한 오리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오리 같은 녀석은 피하려 하면할수록 이상하게 점점 더 커지기만 한다. 더 무섭게 변하기만 한다. 마침내 괴상한 오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게 되고 시간이 흐른다. 시간이 흐르며 아이는 잠깐 잠이 들게 되고 오리는 아이의 편안한 표정처럼 점점 작아진다. 아이는 작아진 오리를 보면서 함께 해보기로 한다. 이정도의 크기라면, 이정도의 모습이라면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이제 아이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두렵지 않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쁨, 행복의 감정처럼 불안이라는 감정도 적절하게 활용하고 다룰 줄 아는 아이가 된다.


살면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불안은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감정이라고도 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진화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진화할 때 불안, 혐오, 분노,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고 왜 그대로 존재하는 이유는 꼭 필요한 감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고, 코로나에 걸릴까봐 불안해서 그나마 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런 공포감, 불안감이 없었더라면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고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다 감염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불안이라는 감정이 코로나로부터 나를 지킨 것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딸아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불안이라는 감정을 잠재우려 하기보다는 “지금 마음이 어때?”, “어떤게 수연이를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아?” 물어보며 불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괜찮을거라고 안심만 시켜주기 보다는 “우리가 빨리 코로나에서 낫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해지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며 불확실한 미래를 긍정적인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앞으로의 변화되는 상황을 빨리 만나면 불안이란 감정도 점점 작아질텐데 격리되어있는 몇일동안 많은 생각에만 잠기게 되니 불안이라는 감정은 점점 커져가기만 했다.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고 우리도 불안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보았다. 딸아이는 불안을 코로나의 형태로 표현하였다. 요즘시대의 아이들. 아이들에게도 큰 불안은 결국 코로나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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