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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모카봉봉 Feb 11. 2022

소문에 소문이 더해지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격리생활] 감기 걸린 물고기 (박정섭 저)

진실의 왜곡에 대한 두려움

코로나가 무섭고 두려운 감염병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고 확실하지 않은 정보들 때문에 이상한 소문이 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코로나에 걸리면 무조건 후유증 때문에 고생한대”

“코로나를 일부러 만들어서 퍼뜨린 거래”

“마늘을 많이 먹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대” 


코로나를 발생 원인, 코로나 예방법, 코로나의 미래 등 말도 안 되는 다양한 소문이 입에서 입을 통해서 단톡방을 통해서 온갖 게시판을 통해서 돌고 돌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는 주지 않는다. 문제는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을 둘러싼 소문이었다. 이런 소문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과 충격을 함께 견뎌야 했다.


“ㅇㅇ에 사는 사람 코로나 걸렸대”, “ㅇㅇ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대”부터 시작해서 왜 걸렸는지,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는지, 코로나에 걸렸으면서 왜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녔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자기들만의 생각으로 추측을 하고 여기저기 말을 전하곤 했다. 


소문이 퍼지는 것 은 참 쉽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자연스럽게 서로 아는 사람들의 근황이나 소식을 주고받는다.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80%가 타인에 대한 잡담이라고 한다. 연구에서 악의적인 내용은 5%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평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이 잘 기억을 한다.


ㅇㅇ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어쩌면 악한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코로나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차원에서 정보를 전해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말을 전하고 전하는 과정에서 거짓된 정보가 추가되고, 어떤 정보는 삭제되고, 어떠한 사실이 과장이 되고 왜곡이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는 이러한 상황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코로나가 생기기 이전에 출판된 도서이지만 마침 감기라는 설정이 지금의 상황과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다. 그래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금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배고픈 아귀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싶지만 똘똘 뭉쳐서 다니는 이 녀석들을 잡아먹기에 쉽지가 않다. 그래서 아귀가 생각한 방법은 이상한 소문을 내는 것이었다. “얘들아~ 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대~” 처음에는 물고기들이 믿지 않았지만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인다. 빨간 물고기는 열이 나서  온몸이 빨개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소문이 물고기들 사이에서 점점 퍼진다.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부풀려지고, 심각해지고 확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말이다. 그리고 결국 빨간 물고기가 무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아귀는 빨간 물고기를 날름 잡아먹는다. 노란 물고기, 파란 물고기, 검정 물고기… 모두 감기에 걸린다는 소문에 휩싸이게 되고 차례로 아귀에게 잡아먹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참 웃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림책 속에 물고기들이 한심하고 답답하고 속아 넘어가는 상황이 우스꽝스럽기도 하면서 우리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걸려도 신체가 건강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후유증 없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꽤 오래가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녀사냥, 카더라 통신 이런 것들이 마음의 상처로 깊게 자리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귀를 막고 무시하라는 처방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소문에 휩싸여 죄인이 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아껴주었던 사람들만 보고 다시 힘을 내서 일어나서 일상을 다시 되찾으면 된다. 부정적인 소문은 오래된다고 하지만 평생 가지는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어느 순간 그들에게는 또 새로운 소문 거리가 돌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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