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e Kang Feb 24. 2021

우울증과 고양이

부디 우울증 혹은 그와 유사한 증상으로 고통받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쓴다.


히들 우울증 혹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는 반려동물이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내 주치의도 그렇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완벽한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반려동물은 우울증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무엇보다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는 것으로 그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무기력한 삶을 억지로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책임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혼자 살아가는 것도 어려운 사람들인데 어떻게 다른 생명의 삶을 책임 진단 말인가. 그래서 무작정 반려동물을 들였다가 버거워하면서 유기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반려동물은 우울증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까. 혹은 왜 그렇게 알려져 있을까. 그 이유는 아마 반려동물을 키울 때 무엇이든 스스로 해내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그렇게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이 생기며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사람은 혼자의 힘으로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도움을 얻어 자기 주도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주인의 감정을 잘 읽기 때문에, 주인이 불안해하면 같이 불안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반려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려인 스스로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특별한 고려 없이 반려동물만 곁에 들였다가는 반려인과 반려동물 둘 다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내가 한 생명을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잘 키우겠다는 책임감.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가며 최고급으로 키우지 못해도 자책하지 않는 자존감. 그리고 다가올 펫로스의 시간에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반려동물은 나에게 좋은 것만 주지 않는다. 어리고 작고 귀여울 시기는 빠르게 지나가고, 시간도 사람보다 빠르게 흐른다. 나보다 빨리 늙게 되고, 나는 항상 그를 책임져야 한다. 그 모든 것을 감안할 수 있는 사람만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울증의 환자에게 반려동물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아주 잠시일지도 모른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나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춘수를 만났다. 춘수는 내 삶의 기력이 되었고, 또한 내 삶의 커다란 짐이 되기도 했다. 나는 춘수를 집착하듯 사랑하고, 다행히 춘수는 그 사랑을 받아주고 있다. 언젠가 나도 춘수와 이별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나는 그 순간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아직 막막하다. (아직 많이 멀기도 했지만) 더 좋은 것만 해주고 싶고, 더 좋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내 곁에서 한시도 떼어놓기가 싫다. 나만 바라봐 줬으면 좋겠고, 네가 내 삶의 전부가 되었듯, 내가 네 삶의 전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모두가 나 같지는 않을 것이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관계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다. 반려동물은 모든 우울증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말 심사숙고하여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주치의와 잘 논의하여 결정할 문제다.


사람은 선택할 수 있지만 동물에게는 선택할 기회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장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