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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MOODY Jan 13. 2021

당신을 안다고 말하는 것

-백수린의『여름의 빌라』를 읽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인연을 맺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 그들이 동일한 기억을 공유하며 정신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 대화가 잘 통하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서로에게 베푸는 것이 아깝지 않은 그 사람이 우리 삶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란 정말 그리 많지 않다.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따뜻한 말을 건네곤 하던 작품 속 인물들도, 그들이 서로에게 소중했음을 크게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편지에서 드러나는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이들이 서로의 마음 한 구석에 작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들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주아가 스물한 살의 어린 아시아인 여행자로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다가 호스트였던 한스 부부를 만나게 된 일에서 시작한다. 당시의 만남은 길지 않았지만 그들은 10여 년의 시간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나갈 정도로 서로를 아끼고 그리워했다. 하지만 주아의 편지는 주아와 한스 부부가 서로에게 특별해질 수 있었던 것이 사실 그저 자신들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방식대로 상대의 마음을 오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별하는 기차역에서 흘렸던 주아의 눈물은 세 사람의 관계를 잇는 고리가 되었다.

  주아 부부와 한스 부부는 사실 서로를 그렇게 잘 알지 못했고, 문화적 입장과 생각도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었다. 사실은 서로의 세계를 밤톨만큼도 모르면서 서로를 아끼고 좋아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기에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갈등을 빚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매일 곁에 있는 사람들끼리도 투닥거리기 바쁜 법인데,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살아온 이들이 함께 여행하며 겪는 갈등이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캄보디아의 유적지에서, 네 사람의 오해와 갈등은 시작되었다.


 

 우리는 많은 순간 상대방을 잘 안다고,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마치 한스 부부가 동양의 것을 좋아하지만 한국은 잘 몰랐던 것처럼, 불교에 관심이 많고 하이큐를 좋아하지만 그 외의 것에는 무지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한스 부부를 백인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두고 보기에 급급해 그들의 말을 불편한 의미로 해석하기 바빴던 주아와 지호의 경우도 다를 것은 없었다.

  우리는 애석하게도 서로의 진심을 인식하지 못할 때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진실할 수 있다. 상대를 진정으로 알지 못할 때, 우리 관계에 대한 상대방의 진짜 생각을 알지 못할 때에만 서로를 안다고 말하며 좋아할 수 있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 속, 사람 사이의 가려진 민낯이 있음을 외면하며 그 사이에서 자라는 모순을 의지하고 믿는다.  



  그런 생각을 기저에 두고 이 편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작품이 흔히 단편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람 사이의 불편함을 다루고 있으며 곧 관계의 극단적 결말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람들이 서로의 민낯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뒤돌아 갈라서는 것으로 관계가 끝나게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주아가 자신이 알지 못했던 한스 부부의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 깊이 받아들이며 따뜻한 애정을 담아 위로하는 것으로 작품의 결말이 맺어지기 때문이다.



  한스 부부는 여행이 끝나고 독일에 있는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와 그들과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을 동양인 부부의 아픔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자신들의 행동이 주아 부부에게 상처를 남기길 바라지 않는다는 마음을 전달했다. 서로의 상황을 살펴보려는 마음은 한스 부부와 주아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다시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의 결말은 한스 부부의 손녀인 레이니가 여행 중에 만난 캄보디아 소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기뻐하던 순수한 마음과 겹쳐지며 책을 덮는 우리에게 따뜻함을 전한다.






                                                                                                                                     Image from.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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