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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니 Dec 26. 2022

의상컬러의 명도의 변화로 바라보는 퍼스트러브 하츠코이

본문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화제작 "퍼스트러브 하츠코이", 99년에 러브레터가 있었다면 22년에는 퍼스트러브 하츠코이로 손꼽고 싶다. 이렇게 필름카메라 질감과 색감을 담아낸 컨텐츠는 정말 오랜만이다.


10년 전 한 때 영화학도의 시선으로 "퍼스트러브 하츠코이"를 분석해 본다.


사진을 정말 첨부하고 싶었으나... 넷플릭스는 캡처가 불가하여 아직은 사진 없이 게재를 한다.



각 주인공들은 상징적인 컬러를 갖고 있다.


여주인공 노구치 야에는 파란색, 남자우인공 나미키 하루미치는 빨간색일 것이다. 이 컬러는 그들의 가족과 함께 있을 때 특히 더 두드러진다.


본문은 야에에게 초점을 두고자 한다.


[명도가 높은 푸른빛]


남편과 이혼을 한 야에, 남편 쪽 사람들은 모두 파란색을 입지 않는다. 다만 그녀와 결이 닮은 아들만이 파란색을 입고 등장한다.


전교생의 인기를 독차지할 만큼 반짝반짝한 야에, 그녀는 예의가 바르고 성실하며 공부도 열심히 한다. 하루미치와 데이트를 할 때, 사랑에 푹 빠진 그녀는 진한 명도의 푸른색 목도리, 코트 등의 의상 차림이다.


그녀의 꿈은 스튜어디스였다. 외국유학 한번 한적 없는 그녀는 영어스피킹 대회에서 감동을 주는 대사들로 1등을 하며 고향을 떠나 도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기까지 한다. 그녀의 꿈이 현실화되는 상상속 장면에서 그녀는 명도가 상당히 높은 예쁜 푸른빛 모자, 상의, 치마, 구두를 입고 있다.


하지만 불운의 사고로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담당 의사 선생님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는 바람에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시리즈의 후반부로 갈수록 반짝반짝 빛나는 야에에게 왜 자꾸 시궁창에 집어넣는지 작가가 미워지기까지 했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부자남편과 이혼 후 아들 츠즈루와 고향으로 돌아와 홀어머니와 함께 힘겨운 생활을 하던 야에. 밤낮 할 것 없이 공장과 여러 일을 하며 몸도 부쩍 야위어 가는 그녀, 결국 보다 좋은 교육과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자 자신의 마지막 희망, 사랑인 츠즈루를 남편에게 보내기로 한다.


아들을 보내기로 한 날, 그녀는 모든 컬러가 빠진 흰색의 상의와 하의, 코트를 걸치고 있다. 다만 신발만이 명도가 높은 푸른빛을 띠고 있다. 신발은 보잘것없는 슬리퍼다. 아들을 보내고 그녀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며 슬퍼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이어지는 장면, 그녀는 공장에서 흰색으로 된 전신 점프슈트를 입고 공허함을 느낀다.


이 장면에서 스토리와 더불어 시각적인 부분에서 주는 이런 정보들 때문에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빛바랜 푸른빛]

불의의 사고로 기억도 잃고, 짝사랑도 잃고, 이혼도 한 야에, 그녀는 택시기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택시기사로써의 삶을 살아갈 때, 그녀는 자신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빛바랜 푸른빛 점퍼 혹은 유니폼을 입고 나온다.


[노란색]

종종 야에나 하루미치가 새로운 사랑에 꿈틀댈 때, 그들은 노란색 옷을 입고 나오기도 한다


[다시, 푸른빛]

운명, 인연이란 게 존재하는 듯 10년이 지나 다시 나타난 본인의 첫사랑, 하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야에, 용기 내어 그와 스파게티를 먹기로 약속한 식당에서 그녀는 다시 명도가 높은 가장 야에다운 진한 푸른빛 옷을 입고 있다.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를 듣고 기억을 되찾은 야에, 그녀의 첫사랑을 다시 찾으러 간 그녀는 이따금 하루미치의 상징적 컬러를 입고 나타나기도 하고, 본인의 컬러를 입기도 한다.


[가장 빛나는 푸른빛]

사랑도 되찾고 꿈도 되찾은 완벽한 해피앤딩 속의 그녀, 가장 빛나는 야에의 색을 입고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



이러한 정보를 안 체로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녀의 의상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와 추측을 하게 되어 더 재밌는 시청이 가능할 것이다.


나도 야에와 같이 10년 전 한때는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을 꿈꿔보기도 했으나, 현실과 타협하여 살아왔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 그저 한때 영화학도로써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이런 점을 발견할 때 큰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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