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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니 Feb 22. 2023

"친하지 않더라도 저를 만나고 싶었던 사람 연락주세요"

그 이후의 변화

“저와 친하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저를 만나보고 싶었던 분들,
오랫동안 얼굴 보지 못한 분들 계시면 연락 주세요”
공개글 이후의 변화, 자존감이 올라갔다


외노자 생활을 청산하고 실컷 여행하고 배우고 취미생활을 하며 한을 푸느라 큰돈을 쓰고 이제부터 아끼겠다며 모든 소셜링/문화 활동을 접고 나 홀로 시간을 보냈다.


해외에서는 한인 또는 타국에서 온 이방인들이 사는 곳이 거기서 거기어서 퇴근 후 가벼운 번개가 언제든 가능했고, 타지에서 살아가는 마이너하고 때론 외롭기도 한 이방인 집단으로써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깊은 연대감과 호기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귀국 후의 우리는 각자의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우리가 재회하려면 뭔가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약속을 잡아야 한다.


귀국을 하고 나니 만남이 새롭고 호기심으로 가득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사리게 되었고(외국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신감을 입어야 소통이 됐으므로 본래 성격보다 더 대담해지는 면이 있다), 어느 길거리를 걷던 익숙한 정취에 신선함과 다양성이 부족하고 재미가 없었다.


또 회사를 나오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했기에 지출도 아낄 겸 밖에 나가질 않았다. 대신 도서관을 열심히 다녔다. 마음의 양식을 쌓으면 내게도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정작 욕구불만만 쌓이고 인생이 노잼으로 변하고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내 안에서 생성되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더라.


변화가 필요했기에 인스타 스토리에 “나와 친하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나와 만나고 싶은 사람, 오랜만에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 있으면 연락 달라”며 공개 글을 올렸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서 연락을 주셨고 내가 먼저 연락을 드린 사람도 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것도 먹고 문화생활을 함께했다.


나와 같이 전과 아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꾸준히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위로와 공감이 오갔기에 자연스럽게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연락을 주셨으나 아직도 못 만난 분들이 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곧 연락 드리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퇴사와 귀국을 병행하여 온전히 새로운 집단, 직업으로 0부터 시작하며 진행 중인 고군분투는 아직도 쉽지 않다.


수많은 퇴사 후 자립에 성공한 사람들의 영상/글을 봤지만 결국 나 자신의 콘텐츠 싸움인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나의 콘텐츠를 알아가는 중이다.


내겐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지난 몇 달간 SNS에서 흔히 보이는 퇴사 후 자립 스토리들을 보며 굉장히 조급했지만 “건강한 성장”을 위해 시간을 좀 더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남들과 비교 않고 나만의 시간 리듬을 타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지향적 성향을 띠고 조급했던 이 전의 나와는 조금 다르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어떻든 심적으로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볼 때, 23년 나의 키워드를 “내실 다지기”, “견고함”으로 설정한 만큼, 잘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물론 언제든 무너질 수 있지만, 무너진 후의 나 자신도 전보다 더 성장했고 경험을 통한 배움이 전보다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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