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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키키 Aug 08. 2018

더운 여름밤, 기후변화 그리고 동상이몽

기후변화를 둘러싼 찬반 이야기



기후변화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영상 클릭)
- 2016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스카 수상 소감 중 -


사진 출처: https://variety.com/2016/film/news/leonardo-dicaprio-oscar-speech-climate-change-1201717970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뒤 이듬해 초였던 2016년 2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 짧고 임팩트 있었던 오스카 수상 소감은 전 세계 시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아름다운 그 밤, 디카프리오 또한 아름다웠다.


하지만 바로 작년,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경제적인 이유와 자신의 대선 공약을 내세우며 결국 약 1년 반 만에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기사 참조). 선진국이며, 동시에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미국'이 북한을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들을 제치고 제일 먼저 탈퇴를 하다니. 여기에 러시아의 푸틴도 한 마디 거들기를,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자연현상일 뿐, 인류에 의해 발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 인류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기사 참조).


그러나 푸틴의 주장은 틀렸다. IPCC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1750년 이후 화석연료 연소, 시멘트 생산, 산림 개척 등으로 인해 늘어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 때문임을 공식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2015년 대기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나라별 기여도. 조그만 한국도 자그마치 2%나 기여를 한다. 자료 출처: https://www.ucsusa.org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찬반 대립은 1990년대 교토의정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특히 경제적 수준에 따른 국가별 입장 차이가 두드러졌다. 1750년 이후 늘어난 대기 이산화탄소량이 지구 온난화/기후변화의 원인이라면, 그 원인제공자는 현재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들이기 때문이다. 즉, 잘 사는 나라들의 과거 무분별한 산업화가 대기 중 온실가스량 증가의 주원인이었기 때문에,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경제개발 후발주자들은 다 같이 기후변화 대응을 하자는 선진국들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루빨리 경제 발전해서 잘 살기도 바쁜데, 잘 사는 지네들이 이미 옛날부터 지구는 더워지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다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자 하니 불공평한 생각이 들 수밖에. 그리하여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선진국들은 벌써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후변화협약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결국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에 부딪혀 성사될 수 없었다 (2009년 유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때 나라별 입장 차이를 더 자세하게 보고 싶다면 기사 참조).


하지만 하늘도 정말 무심하시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 홍수, 가뭄, 사막화, 그리고 그에 따른 생태계 및 농경지 파괴 등의 직접적인 피해는 선진국보다는 정치적/경제적 여건과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으로 피지 같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아예 없어질 위기라니, 이제는 개발도상국들도 더 이상 기후변화 대응을 선진국의 손에만 맡기고 처분만 바랄 상황은 아니다.

피지섬.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 섬사람들은 난민이 될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Björn Groß/Flickr

마침내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196개 참여국이 모두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과 시급함을 인정하고, 구속력 있는 하나의 문서로 합의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이 때문에 파리 협약은 대단히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파리협약에서 합의한 기후변화 대응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당사국 정부 외의 시민사회와 민간기업들의 참여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고 조정할 것인지 등등, 헤쳐나가 할 일들이 아직도 산더미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세계 곳곳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홍수, 산불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런데도 기후변화는 허구 또는 인류의 책임이 아니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쉬이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 괜히 돈 들여서 헛수고하지 말자는 주장은, 멍청하리만치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해서 잠깐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다.  

누가 제발 이 분 핸드폰 좀 뺏어주세요. 트윗 좀 그만하시게....

홍수가 살던 집을 집어삼키고, 가뭄으로 몇 날 며칠을 굶고,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를 잃어버려 난민 신세로 전락할 위기를 겪으며 지구 어딘가에서 불운하게 사는 사람들은 왜 기후변화로 인한 그 고통을 고스란히 다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 온실가스는 사실 전 세계 지구인이 지금도 다 같이 만들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나의 손주의 손주도 살아갈 이 지구를 내키는 대로 써버리고 축내고 더 뜨겁고 더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서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게 좋을까- 차근차근, 고민이 시작된다.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여름날이 몇 주째 계속되는 어느 밤, 차가운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끄적였다.

안녕? 트럼프한테 가서 지금 장난 아니게 덥다고 말좀 전해줄래? 사진 출처: Alitux F/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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