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갈 때쯤 길었던 대학시절이 끝났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롱디에 마침표를 찍고 남편을 따라 미국에 왔다. 내 인생 다시 큰 새로운 출발을 미국 시애틀에서 하게 된 것이다.
3년 전 캐나다 밴쿠버로 이직을 했던 남편은 시애틀로 팀을 옮기면서 1년 넘게 작은 스튜디오에 살고 있었다. 전세 따위 없는 듣기에도 후덜덜한 렌트비를 아껴보겠다고 월 1000달러(대략 100만 원이라 하자) 스튜디오에 머물고 있는데 이 곳은 5평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집을 찾을 때 가장 우선시 두었던 것은 "위치"로써 회사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1순위였다. 집이 회사 근처라는 것은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근 10년 전 얘기를 하자면 나는 경기도에 있는 회사를 홍대에서 다녔고 아침마다 6시 20분에 셔틀을 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싶다. 남편 역시 밴쿠버에서 회사 5분 거리를 경험하더니 성북구에서 정자로 출퇴근도 했었는데 이제는 무조건 회사 근처를 찾는다. 그래서 찾은게 이 집이다.
남편의 회사는 다운타운에 있다. 아주 번화가에 위치해 그 주변에 사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 배드(거실에 방하나)가 300만 원 투 배드(거실에 방 2개)가 400만 원이다. 남편의 월 100만 원은 믿지 못할 시세인 것이다. 사실 크기를 보면 당연하고 다운타운 옆에 붙어있는 캐피톨 힐(다운타운보다 저렴한 동네)이라는 위치를 봐도 당연한 거다. 밴쿠버 스튜디오에서 살 때도 렌트비가 150만 원이었는데 물가 비싼 시애틀에서 100만 원이라니 정말 잘 찾았다.
남편이 100만 원짜리 스튜디오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는 반대했었다. 그 전 밴쿠버의 스튜디오는 31층 뷰에 크기가 지금의 2배였던 스튜디오였는데 내가 받아본 남편의 방 사진은 창문 하나 있는 (뷰 따위 없다) 내가 사는 대학교 앞 원룸과 너무나 유사했다. 하지만 남편은 적어도 1년이면 600만 원은 아낄 수 있다며 머물 자신 있다며 선택했다. (이런 남자를 내가 선택했다. 사실 나도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이 집은 시애틀 캐피톨 힐에 있다. 회사는 도보 15분 거리. 2017년에 지어진 신식. 게다가 식료품 점은 주변에 걸어갈 수 있는 곳이 3곳이나 될 정도로 차 없이 못 산다는 미국에서 차 없이 살 수 있는 곳이다. 여길 한국이랑 비교하자면 홍대랑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클럽과 펍이 있으며 음악과 미술 등 artist들이 많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게이들의 천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젊은이들 동네에 살고 있다. 20대였다면 정말 좋아했을 동네인데 지금은 그냥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
힙한 동네에 남편과 5평 방에서 살고 있다. 좋은 점은 회사가 가까운 점. 안타까운 점은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시작됐다는 점. 한국에서 오기 전부터 얼른 이사 가야 한다고 얘기했었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언제 또 이렇게 좁은 곳에서 남편이랑 비비며 살아보나 싶은 맘도 있다. 집이 작아서 청소가 금방 끝나는 점은 정말 박수. 이런 추억도 지나가겠지. (코로나도 지나가겠지?)